구자문 한동대 교수

사회갈등은 사회변동과정에서 개인이나 집단 간에 의견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심화로부터 발생된다.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주의와 다원주의(多元主義) 가치관이 확산되어 의견대립과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며, 사회분열과 공동체파괴를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특정한 윤리·논리·규범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전체구성원의 일치된 의견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근래에는 안전사고 등이 아닌 인체 및 생태계 유해 여부를 포함한 대부분 사안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별조차 쉽지 않다.

과거 전통사회나 전체주의사회에서는 의견일치가 좀 더 용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갈등·균열이 없는 사회는 획일화된 사회이고 변화가 없는 사회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갈등을 통해 사회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이를 개선하게 됨으로서 사회의 다원화·민주화 향상 등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본다. 외부와의 갈등은 내부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갈등을 전제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갈등이 제도화된 공적공간으로 투입되면 갈등해결의 제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갈등의 부정적 기능은 갈등이 장기화되고 심화되어 정치적 불안정성 내지 사회분열이 발생되고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힘센 다수의 이익이 과도하게 투입될 수도 있는 반면 약한 소수의 의견이 묵살 될 수도 있다.

집단이기주의의 경우에도 집단의 이익추구와 단결성에 의해 사회발전이 추진되기도 하지만, 약점은 잘못된 다수가 쪽수에 의해 이기는 경우가 올바르고 정당한 소수가 묵살당하는 어리석음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로 인해 갈등이 극단화되면 사회구성원간의 불신뿐만 아니라 폭행, 방화 등 사회병리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가 공공사업진행이 늦어져 일부 반대자들을 님비(NIMBY)라는 이름으로 비난하기도 하지만, 반대도 시민의 권리일수 밖에 없으므로 정치가들을 포함한 추진 기관들은 이들을 설득하고 만족시킬 합리적인 대안 내지 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일부 대륙에서는 민족이나 협동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골짜기만 넘어서도 언어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서로 다른 추장 아래 모여 살았고 식량확보, 영역방어 등을 위한 다툼이 많았기에 지금도 한 나라 내지 한 민족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힘들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같은 민족으로서 외부 강대국들의 침략을 셀 수 없이 받으며 살아왔기에, 각기 의견이 다른 듯 보여도 어려울 때는 하나로 단결하여 살아오고 있었고, ‘大를 위해 小를 희생’이라는 논리도 그 기저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보아진다. 물론 그러한 바탕이 우리 민족 발전의 바탕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우리 한국사회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 및 사회가 글로벌화되고, 다면적이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라면 간단히 해결될 이슈 내지 사안들도 각자 구성원들의 의견이 다르고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포항의 경우에도 쓰레기매립장 및 소각로위치선정 등 갈등사안들이 많았다. 또한 다양한 개발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주변 주민들의 동의가 크게 필요하게 되었고 조정기능이 중요하게 되었다. 우리 한국 전체를 본다면 경부고속철도 금정산·천성산 구간 노선 결정,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터널구간 건설, 한탄강댐 건설, 경인운하 건설,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새만금간척사업추진, 등의 환경분야 갈등들이 많았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체코에서 세계적인 철강기업 ‘아셀로미탈’과 커뮤니티와의 환경오염 및 보상 관련 다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외 소도시 ‘페탈루마’에서 아파트허가를 둘러싼 기존 부유층과 저소득 아파트 건설업자간의 다툼사례 등 많다.

여러 당사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공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과 조건은 첫째, 공정한 문제해결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평가지표설정, 평가 및 논의절차 등을 포함한 갈등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논의구조를 말한다. 둘째, 그러한 구조하에 정치행정가, 관련전문가, 그리고 갈등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함께 토론과 협상(Negotiation)을 통해 해결책을 끌어내도록 해야 한다. 셋째, 다수의 당사자가 관련된 복잡한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갈등해결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들은 정치가, NGO리더, 혹은 시민대표일 수 있지만 중립적이며 양측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이어야 하며, 사안에 맞는 문제해결프로세스를 정교히 디자인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임무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갈등해결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안은 당사자들의 협상이다. 그러나 심화된 갈등 하에서 당사자들의 감정이 격앙되어 있고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고, 협상문화가 미숙하고 척박할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제3자적 입장에서 해결 실마리를 찾아주는 사람이 전문적 훈련과 경력을 지닌 분쟁해결전문가이다. 어떠한 사업이 시행되든 누구나 다 이득을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한 경우는 존재하기 힘들므로, 그 피해를 최소화하며 커뮤니티 차원의 보상 등과 연계하에 사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토의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 역사가 깊어질수록 복잡한 이해관계나 의견대립 하에서도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이해할만한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법적해결에 호소함은 어쩔 수 없을 경우 최종적으로 수행해야 할 단계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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