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2차 대전은 일본과 독일의 무모한 침략 전쟁이었다. 독일은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일본은 동북아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호주 등의 지역까지 침략의 발자국을 남겼다. 이 두 나라는 전범국으로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판이하다. 2차 대전 후 독일은 전쟁의 책임을 반성하고 역사 앞에 과오를 시인하면서 신사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은 뻔뻔하다.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거나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독일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했고 일본은 역사 앞에 부끄러운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참으로 비열하고 비신사적인 모습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무력으로 우리나라를 못되게 짓밟았다. 최근에는 경제력으로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흔들릴 수로 집은 더 단단히 세워지고 흔들릴수록 땅은 더 굳어 간다. 역사를 직시하지 않는 일본은 언제 가는 역사 앞에 부끄러움을 당 할 것이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과거를 정리하지 않으면 미래로 갈수가 없다. 과거를 반성하는 것이 화해로 가는 첫 걸음인데 일본은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최근 영화 ‘봉오동 전투’는 과거를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민 낮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일본은 더 잔인한 무력으로 우리 민족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우리의 애국지사들은 만주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무장투쟁을 벌였는데 봉오동 전투는 독립군의 획기적인 첫 번째 승리였다. 일본은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필두로 독립군 토벌 작전을 시작한다. 당시 독립군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국에서 남 여, 노소, 빈부귀천, 다양한 직종을 초월하여 활발한 무장 항쟁을 벌였다. 일본은 신식무기와 훈련된 군사들이었지만 우리 독립군은 무기도 변변치 않았고 훈련된 군사들이 아니었다. 독립군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험악한 봉오동 지형을 활용하면서 일본군을 봉오동 계곡으로 유인한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비범한 칼솜씨의 해철(유해진)과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장하(류준열) 그리고 해철의 오른팔이자 날쌘 저격수 병구(조우진)는 빗발치는 총탄과 포위망을 뚫고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군을 유인한다. 봉오동 전투는 그야말로 마지막 조선이요 우리민족의 끝자락이다. 같이 싸우고 함께 싸우고 총알도 나눠 맞으면 살 수 있다.

독립군은 계곡과 능선을 넘나들며 발 빠른 움직임과 예측할 수 없는 지략을 펼쳤다. 이러한 독립군의 활약에 일본군은 독 안에 든 쥐새끼처럼 당황하기 시작하고 보기 좋게 패하게 된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역사에 기록된 독립군의 첫 승리였다. 영화는 우리 역사에 감추어진 역사적인 기록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에 묻혔던 이야기를 자유, 평등, 독립 그리고 애국심을 결합해서 다시금 애국 애족의 불을 붙인다.

‘봉오동 전투’는 민초들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수한 독립 영웅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들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모든 국민들이 봐야 할 영화다. 나라를 빼앗긴 설움이 점점 잊혀 져 가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일본군의 비인간적이고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을 보고 가슴이 복받쳐 올라와야 한다.

그렇다. 봉오동 전투에 모인 민초는 사는 곳이나 하는 일이 저마다 각기 달랐지만 나라를 빼앗긴 설움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모였고 또한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일본군에 맞서 결연히 싸우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저절로 숙연해지게 한다. 우리는 빛바랜 피 묻은 태극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봉오동 전투는 코끝이 찡해지는 영하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은 영화 ‘봉오동 전투’를 통해 묘사되었던 것처럼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수한 독립 영웅들의 희생 덕분이다.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라고 했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잔인한 행동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객관적인 사실을 주관적인 역사로 바꾸고 있다. ‘사실’을 ‘거짓’으로 포장하고 ‘사실’을 ‘사실’ 이 아니라고 한다. 봉오동 전투는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영화가 아니다. 과거의 아픈 역사와 대화를 하고 현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봉오동 전투는 한편의 책이요 일제강점기 피 흘리며 죽어갔던 이름 없는 민초들의 강연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일제의 만행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이 공개적으로 우리역사 앞에서 사과하고 책임지기 전까지 우리는 결코 용서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역사의 관점에서 용서는 뉘우치고 사과할 때 하는 것이다. 토인비는 “윤리와 도덕의식을 갖지 못한 민족은 멸망한다.”고 했다. 맞다. 윤리와 도덕의식은 바로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나온다.

칼 베커는 “역사의 진정한 가치는 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것에 있다. 따라서 역사는 하나의 윤리 과학인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역사는 비겁하지도 잔인하지도 않다. 다만 잔혹한 것은 귀신도 로봇도 외계인도 아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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