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진 한국U&L연구소장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미국 하바드대 경제학 팀의 이론 모형을 바탕으로 ‘사회갈등지수’란 지표를 개발 조사 발표하고 있다. 2009년 한국의 사회갈등지수는 0.71로 터키(1.20), 폴란드(0.76), 슬로바키아(0.72)에 이어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OECD 평균(0.44)에 비해서도 1.5배 정도 높은 수치다.

불필요한 사회갈등으로 인해 치르는 경제적 비용은 연간 246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1인당 GDP의 27%를 사회 갈등 해소 비용으로 쓰고 있으며, 전 국민이 1인당 매년 900만원씩을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10년 전보다 사회갈등이 사회통합으로 개선되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사회갈등지수를 18% 낮추어 OECD 평균수준이 되면 0.2%의 경제성장률이 개선되며 2.9%의 잠재성장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8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사회적 갈등 내용은 이념 갈등(87%), 빈부 갈등(82%), 노사 갈등(76%), 세대 갈등(64%), 종교 갈등(59%), 남녀 갈등(52%)의 순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의 조사와 비교하면 순위의 변동은 없으나 갈등의 폭은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사회 갈등의 원인으로는 집단 간의 상호 이해 부족(28%)과 당사자들의 자기 이익 추구(25%)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5년 전의 조사와 비교하면 빈부격차가 1순위에서 3순위로 바뀌었고, 젊은층의 남녀 갈등 비율이 올라갔다.

한국인들은 사회적 갈등을 사회적 통합으로 변화시키는 중심 역할은 정치권과 언론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기업, 노동조합, 시민 단체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만 실효성이 있는데 국민이 그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가 다원화하면서 갈등이 일반적으로 심해지고 있고,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그 갈등의 틈새에서 포퓰리즘 정당이 권력을 장악해가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불통과 아집의 정치를 비판하며 소통과 공정을 외치며 등장한 현 정부는 과연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 통합의 기본 의지를 갖고 있는지 몇 가지로 나누어 묻고 싶다.

첫째, 사회 갈등이 아니라 사회 통합을 지향하고 있는가. 한국은 지금 사회 통합 동력 창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사회 통합을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만일 어떤 정부가 국민의 정치적 가치관 갈등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유리하다고 하여 그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려 한다면 국가 발전 목표를 포기한 망조의 정부가 되는 셈이다. 사회 통합으로 국가 발전을 염원하는 국민 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 된다.

둘째, 국민의 신뢰 수준을 회복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특히 청문회를 거치는 대통령 임명직에 대해 국민의 도덕적 정서에 부합한 인사를 찾아내야 한다. 편법 재산 증식,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금수저 방식의 학업과 취업 등으로 점철된 인사만으로 임명 강행할 경우 국민 정서에 미치는 스트레스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부의 지도자들이라면 국민의 정부 불신은 정권 불신을 넘어 나라 전체 불신으로 악화되고 궁극적으로 나라 사랑하는 마음 자체를 훼손하게 된다.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셋째, 상반된 관점에서 바라본 정당한 주장을 경청하고 있는가. 이념적 편향성 있는 인물이 아니라 균형적 시각을 가진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지구상에서 좌우의 대결이 가장 첨예한 한반도에서 그나마 반쪽 남측은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였기 때문에 공산화되지 않은 나라이다. 그러므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적대적 대립 관계를 청산하려는 노력은 좋은 일이지만, 반드시 자유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지지하는 국제사회와 한마음 같은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것이 이미 자유와 풍요를 맛본 한국인들의 사회적 갈등 1위, 이념 갈등을 줄이고 사회통합으로 나가는 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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