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부중 경북동부본부장
요즘 울진군 곳곳에 백일홍 꽃길이 만개하여 매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추억의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울진군 평해읍 평해리에서 온정면 소태리 구간 88국도변 백일홍 꽃길과 울진읍 호월리에서 북면 덕구리 구간 917호 지방도변 등 울진군 전역에는 붉게 피워온 백일홍 꽃길은 군민들은 물론 울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잠시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백일홍은 부처꽃과에 속하는 배롱나무꽃으로 매년 7월부터 9월까지 100여일 동안 계속 피고 지는 붉은 꽃으로 백일홍이라 불렀으며,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 유서 깊은 서원이나 정자, 사찰 등에 정원수로 많이 심겨져 왔다.

백일홍은 다른 이름으로 ‘배롱나무’라고 불리고 있다. 배롱나무라는 말은 백일홍나무를 소리나는 대로 부르다보니 배기롱나무-배롱나무로 변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옛말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여 보통 꽃들은 10일이면 지는데 배롱나무는 7월말부터 피기 시작해 100일을 간다고 백일홍이라 부른다.

배롱나무의 원산지는 본래 중국이며 목본식 부처꽃과에 속한다.약용으로 많이 쓰여 잎은 자미엽(紫薇葉),뿌리는 자미근(紫薇根)이라 하여 아이들의 백일해와 기침에 특효이며 부인병 약제로 쓰인다.

우리나라 고문헌 중 가장 오래된 전문 원예지로 강희안이 지은 양화소록(養花小綠)을 꼽는데 이 책에는 꽃을 총 9품으로 분류했으며, 그중 매화와 배롱나무를 1품으로 분류하여 최고의 나무로 쳤다.

중국에서는 ‘자미화(紫微花)’라고도 하며 꽃 색깔에 따라 자미(紫薇), 홍미(紅微), 백미(白薇), 취미(翠微)등으로 구분한다. ‘자미(紫薇)’라는 말은 ‘자미원’에서 유래된 것으로 중국의 황제를 상징하는 별자리 이름인데 단나라 현종이 양귀비에 머물렀던 ‘중서성(中書省)’을 ‘자미성(紫微星)’으로 고치고 성(城)안에 배롱나무를 많이 심은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배롱나무 꽃을 온 집안이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하여 만당홍(滿堂紅)이라 부르기도 하고, 나무의 매끄러운 피부를 긁으면 이피리가 떠는 듯 하다하여 ‘파양수(간지럼나무)’라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나무가 매끄러워 ‘사루 스베리(원숭이 미끄럼)’이라 부르며, 나무 표면의 매끄러움이 마치 여인의 살결 같아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한다.

‘배롱나무’하면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이 몇 있지만 그 중에서 배롱나무는 부산의 동래 정씨 시조 ‘정문도’공의 묘소에 있는 수령 800년 된 고목이 유명하며, 안동 병산서원의 400년짜리,담양 명옥헌 앞 연못가의 배롱나무 등이 유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배롱나무를 꼿꼿한 선비의 지조와 강직함으로 여겼다. 선비들은 뜰앞의 백일홍을 바라보면서 ‘떠나간 벗을 그리워 한다’는 꽃말과 같이 정다웠던 옛벗과 추억을 되새겼다.

이제 울진의 백일홍 길도 전국적으로 널리 소문나 있다. 백암 백일홍동산 조성사업으로 인근에 만개하는 백일홍에 대한 수많은 사연과 찬시를 배경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울진 백일홍 축제’를 기획하여 백암온천과 국보 및 많은 유적들을 겸한 울진(蔚珍)을 널리 알리는 축제를 제안한다.

특히 울진군 평해읍 평해리~온정면 소태리 구간 88국도변에 붉게 수놓은 백일홍 꽃길은 대한민국에서 첫 올림픽이 열리는 1988년 11km구간에 약 4천본 정도 식재되었으며, 지난 2001년 산림청과 생명의숲가꾸기국민운동본부 , 유한캠벌리가 공동 주최한 제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거리숲’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꽃길이기도 하다.

또 2009년에는 한국기네스에 ‘대한민국 최장 백일홍꽃길’로 인증·등재된 꽃길로서 백암온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숨쉬는 땅, 여유의 바다 울진’은 지금 백일홍으로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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