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문명 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전통 문화예술의 전승발전을 위해 우리 고유의 소중한 정신문화가 깃들어 있는 무형문화재와 그 전승자을 조명한다.

@ 무형문화재는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와 보존해야 할 음악ㆍ무용ㆍ연극ㆍ공예기술 및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가리킨다. 무형문화재 가운데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능 및 예능에 대해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의 지정은 형태가 없는 기능 또는 예능이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자연인이 그 대상이 된다.

무형문화재에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시ㆍ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있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 중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의 심사와 토의를 거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천왕메기'란
대구광역시 서구 비산동 일대의 주민이 동제당인 천왕당에서 정월 보름에 지내는 마을 의례. 이 굿은 1989년 6월에 천왕메기라는 명칭으로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됐다.

기천왕은 현재의 북비산로터리 위쪽에 있던 큰 고목이었고, 말천왕은 현재의 비산 3동 삼성예식장 위치에 있던 고목이었다. 현재의 비산1동 1번지에 위치했던 중천왕은 고목인 천왕목(天王木)과 사당과 조산(造山)이었으며, 사당 안의 벽에는 천왕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사당과 조산은 1960년대 이후 대구광역시의 도시개발 과정에 철거되어 자취를 감추었다.천왕메기는 한국전쟁 이전까지도 관행되던 지신풀이이다. 구전에 의하면 약 400년 전에 대구 지역에서 계속된 가뭄과 돌림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음으로써 민심이 흉흉해졌을 때 마을주민들이 중천왕 자리에 흙으로 당집을 짓고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그 뒤 지나가던 주민들은 당집에 돌을 하나씩 던지게 되면서, 그 돌이 쌓여 조산이 되었다. 주민은 여기에 돌을 던지는 것을 천왕에 대한 치성으로 여겼다. 해마다 정월에 천왕제를 지냈다.

비산동 일대에는 기천왕, 중천왕, 말천왕 등 세 개의 동제당이 있었다. 원래 정초에 대내림으로 제관과 독축관을 정하고 정월 보름에 천왕제를 지냈다. 이때 사당 앞에까지 가면서 질굿을 치고, 사당문 앞에서 문굿을 치며, 사당에 들어가서는 유교식으로 헌작(獻爵)을 하며 축을 읽고 제사를 지내고 난 뒤에 천왕메기로 들어가 지신풀이를 계속했다.보통의 지신밟기는 가가호호를 방문하면서 하는데 비산동 천왕메기는 사당의 앞마당에서 흥겨운 가무로 판굿을 벌이고 난 다음에 끝을 맺는 마을굿의 특징을 띠고 있다.천왕메기굿은 현재 질굿, 문굿, 대내림(천왕제), 고사 독축, 천왕메기(지신풀이), 천왕굿, 천왕놀이, 질굿(마을굿)의 절차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질굿·대내림·천왕굿, 천왕놀이는 농악, 문굿·천왕메기는 지신풀이, 고사 독축은 유교식 제의이다.

현재 천왕메기굿의 연행자는 약 50명으로 축관, 징, 북, 장구, 괭과리, 기수, 소고, 대감, 각시, 포수, 대잡이, 태평소 등을 담당하고 있다.질굿은 마을의 모든 패랭이패가 당제를 모시는 천왕당 문 앞에까지 이동하면서 치는 굿이다. 질굿은 당제를 드린다는 것을 온 마을에 알리는 기능도 한다. 문굿은 패랭이패가 천왕당 앞문에 도착하여 짧게 흥을 돋운 후 문굿 사설로써 모든 부정한 액과 살을 물리치고 한 해의 만복을 기원하는 과정이다.대내림은 천왕당 문 앞에서 신을 내리는 과정이며, 신이 내린 대가 제관과 축관을 선택하면, 제관과 축관이 제를 지내는 고사 독축을 한다. 천왕메기굿은 천왕에 대한 지신풀이로서, 마을의 액을 쫓고 복을 비는 굿이다. 다음은 천왕메기 지신풀이 사설이다.천왕굿은 지신풀이 후에 천왕당 앞에서 벌어지는 굿판이다. 천왕놀이는 천왕당 둘레를 돌면서 노는 판굿이다. 기천왕에서는 다드레기로 끝나고, 중천왕에서는 2채에서 12채까지의 다양한 가락으로 덧배기들놀이를 비롯한 굿판이 벌어진다.말천왕에서는 모든 패랭이패가 한판 굿을 한다. 질굿은 삼 천왕에 대한 굿이 끝나고 마을 사람들이 노는 마을굿이다. 이때는 정적궁이, 엎어빼기, 다드레기 등 천왕메기굿의 모든 가락이 동원된다.


* 입문하게 된 계기

음치 박치인 내가 어떻게 국악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국악이라고는 음악교과서에 실린 사진으로 접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소극적이고 혼자 놀기를 좋아했던 1987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마을 경로당 옆을 지나는데 풍물소리가 나고 마을 어른들이 춤을 추며 흥겹게 노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서서 보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넓은 경로당 마당 한가운데 하얀 한복을 차려입고 머리에는 비녀를 꽂은 체 양팔만 들고 미동도 없이 서있는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며칠 뒤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그 할머니에 대해 여쭤보았다. "그 할머니 평소에는 꿈적도 못하시고 누워만 있는데 꽹과리, 북소리만 나며 그리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와서 춤을 추신다"고 하는 것이다.
“도대체 그 악기소리가 무엇이기에 누워 있는 할머니를 춤 추게 만드는 것일까?”그때부터 나의 머리 속은 온통 그 소리로 요동치고 있었다.

대학 진학 후 대학캠퍼스에서 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바로 민속연구반 동아리였다.
현재 대구광역시 지방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된 천왕메기 전수 동아리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그 소리에 푹 빠져 김수기 보유자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고 전수받게 된 계기가 됐다.

* 김준휘 이수자에게 '천왕메기'란
인생 그 자체이고 삶이다. 나는 풍물은 '바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고 모두가 공유하고 느끼는 ‘바람’ 어떤 바람으로 느끼는가는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온 나에게 풍물은 속을 달래주는 ‘바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아니다. 그 나라의 문화예술이 융성한 나라가 부강한 나라다"라고 하셨다. 그 민족의 혼이 살아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는 옛날 것이라서 묵은 것이 아니다. 보석보다 더 빛나는 것이 우리의 전통 문화 예술이다. 같이 나누고 즐기자.

* '천왕메기'를 하면서 보람되고 기뻤던 일
지역을 위해 봉사를 하고 싶어 연습실 근처 아동센터을 찾아갔다. 센터 운영 프로그램에 국악을 넣고 어린 학생들에게 국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 쯤 지나서부터다 안에서 밖으로 보여지기 시작했다. 각종 대회, 초청공연 등이 많았다. 지금 연습실 벽에 걸려있는 상장의 반 이상이 이 학생들이 이뤄낸 성과물이다. 이 학생들은 남들보다 잘하는 한가지의 특기를 가지게 되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무지개예술단‘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3년간 전국을 다녔다. 다들 소풍을 가는 기분이었다. 성적이 좋고 나쁨을 떠나 같이 다님이 좋았던 것이다.

* 정부나 시민에게 바라는 점
포항시에서도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예산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시민도 많은 혜택을 보고는 있지만 지속적이지 못한게 아쉽다 . 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지속적이지 못하면 발전도 없다고 본다. 오래 이어가면서 보완하고 완성해 나가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에피소드
각종 대회에서 종합대상이나 최우수상을 많이 받았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 2013년 6월 대전에서 열린 대전한밭제 이다. 비록 장려상이지만 아이들에겐 특별한 대회이다. 대전한밭제는 고등부 이상만 경연하는 대회다. 대회요강에 '풍물 부분은 중학생도 가능' 이란 문구가 있었다. 우리 팀은 중학교 1학년이 1명, 나머지는 초등학생이었다. 중학생을 대표로 참가신청서를 냈다.

국립전통예고, 경북예고 등 실력파 팀들이 많이 참가했는데 거기에서 입상을 했다. 상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자신감이 중요하다. 기죽지 않고 기량을 마음 껏 펼쳤다.
학생들에게도 격려와 칭찬을 많이 했다. "앞으로 이 자신감 갖고 살아가라"고,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 중 가장 큰 보람된 일이다.

* 앞으로 계획이나 포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2014년 우리나라 전통예술 농악이 등재됐다.
김천 빗내, 경산 보인, 청도 차산, 구미 무을농악 등 지역 대표성을 띄는 농악이 보존 전승되고 있다. 하지만 포항을 대표하는 농악이 없다.

한 가지 꿈이 있다면 포항에도 제대로 된 농악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역량은 많이 부족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된 농악팀을 시민에게 선보일 것을 다짐하며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

* 주요 경력
1989년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제4호 천왕메기 입문
김수기 선생으로부터 천왕메기 사사
故김수배 선생으로부터 날뫼북춤 사사
제 37회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 문공부 장관상
1997년 경상북도 도립국악단 상임단원
사)한국전통연희단체 총연합회 포항지부장
2011년 국립국악원 2011연희축제 지도공연
제 51회 한국민속예술축제 경북대표 대통령상
2015년 포항∙중국(장강시) 문화교류 사절단
아시아태평양 물리교류 20주년 기념공연
경북 풍물대축제 포항시 대표 지도연출
2019년 3.1절 100주년 기념공연
장기·해도·환여·청림·장량동 풍물단 지도
포항마루연희단 단장
포항 갯메기농악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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