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열 사회2부 부장

과거 코메디 중 ‘딸랑딸랑’이 있었다. 직원 앞에선 군림하던 비서가 사장만 오면 그 앞에서 납작 엎드린 자세로 그의 수종을 드는 것인데, 돈과 권력 앞에 비열한 중간근무자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는 코너였다.

힘들고 고단하지만 의롭고 정직하게 살려는 이들에게 눈엣가시처럼 보이는 비열한 인간의 전형이었다. 최근 이런 일들이 계속되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먼저 과거 정부에서 전례가 없었던 ‘재임 중 대통령의 개별기록관을 짓겠다’는 뉴스였다. 172억원의 국가 예산을 들여 올해 토지 구입, 내년 설계, 2022년 완공 등 구체적 절차까지도 제시됐다. 언론에 유포되자 ‘여유가 있는 기존 기록관을 두고 예산 낭비를 하는 것이며, 현 정권에 대한 아부성 정책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도 즉각 나왔다. ‘개별기록관에 대해 지시한 적도 없고 원치 않는다’는 내용으로 해당 보도에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국가기록원장이 구체적인 예산과 일정까지 정해 놓고서 청와대에 보고도 하지 않고 추진해 왔다는 것인가. 과연 그렇다면 혼란을 초래한 그들을 징계해야 마땅치 않겠는가. 만일 그게 아니면 책임 회피를 위해 청와대가 담당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최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받은 조국 장관 관련해서도 ‘딸랑딸랑’으로 보이는 사건이 또 있었다. 조 장관이 청문회 기간 가족 수사와 관련해 “어떠한 지시도 금지하겠다”라는 말을 이미 밝혔음에도 법무부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 차례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새로운 수사팀 구성을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제의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며 법무부가 검찰에 대해 외압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크게 일자 법무부는 “수사 개입 차원이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며 조국 장관에게는 보고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도 “언론보도 보고 알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태들이 단순히 기관장에 대한 과잉충성에서 비롯된 해프닝인가. 국민 여론을 떠보다가 벽에 부딪쳐 안 그런 척 손을 떼는 꼬리 자르기인가. 이에 대해 묵시적이고 암묵적인 지시에 가깝다고 보는 의혹도 적지 않다. 결국 ‘간보기였다’는 평가다.

책임자와 기관장이 이러한 불미스런 의혹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이번 일을 만들어 낸 측근들을 엄벌해야 정당성이 인정받는다. 그러한 이들을 가까이 두고 계속적으로 국가의 주요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은 물론 기관장에게도 적절치 않는 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들이 정말 기관장에게 아부하려는 아첨꾼이라면, 현 정부 출범 후 그토록 제거하려 했던 적폐 대상이 아닌가.

알아서 기는 이들은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으로 언젠가는 그 몸을 찌를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제거하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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