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7일 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관통했다. 다행히 우리지역은 큰 피해없이 지나갔지만 전국적으로 사망자 3명 등 인명피해와 큰 재산피해를 냈다. 결실을 앞둔 농작물의 피해가 커 추석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는 뉴스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번 태풍으로 북한도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15호 태풍 ‘파사이’로 피해를 입었고, 미국도 허리케인 ‘도리안’으로 피해를 입었다. 태풍의 피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와 함께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유난히 태풍이 많이 왔다. 이전에 왔던 두개의 태풍은 그나마 큰 피해 없이 넘어갔는데 이번 태풍은 비교적 피해가 크다. 안타깝기도 하고, 하필 추석을 앞둔 시기에 오는지 야속하기도 하다.

태풍은 자연의 현상이다.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형성된 대기와 바닷물의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더 강해진 것 같기도 하다.
태풍의 특징으로 이동성이 있다. 열대지방에서 발생한 태풍이 온대지방인 우리나라에 오는 이유는 이동하기 때문이다. 태풍은 강한 바람이지만 다른 바람에 따라 이동한다. 지구를 순환하는 편서풍이나 무역풍 같은 태풍을 이동시키는 바람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지만 태풍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지속적이다.
또한 태풍에도 한계가 있다. 폐쇄된 지구권 내부의 기상현상이므로 지구바깥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인공위성에서는 태풍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목성에는 대적점이라고 하여 태풍과 같은 공기의 흐름이 있는데 몇백년간 지속되지만 지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구 내부라고 하더라도 태풍반경 바깥의 먼거리까지는 역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태풍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한다. 그러나 완벽한 대비는 어렵다. 태풍이 상륙하면 어떤 피해든 발생하고 있다. 현대과학은 아직 태풍을 통제할 수준이 아니다. 진로를 바꿀 수도 없다. 특허청에 태풍방지장치라며 특허출원된 발명들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다는 이유로 거절된다고 한다.
다만 최소한 태풍이 온다는 사실은 미리 알 수 있다. 비록 오보 때문에 원성을 듣는 기상청이지만 태풍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가치가 있다. 미리 알면 비극은 막을 수 있다. 최근 방재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태풍피해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자연현상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현상에도 태풍이 있다. 사회에서 어떠한 추세나 흐름을 바람으로 표현하는데 심각한 파장이 발생하면 태풍이라는 표현을 한다. 주로 부정적이거나 비극적인 현상에 적용한다.
특히 명절에 가족간 불화가 태풍으로 발전하면 가정이 온전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명절이 끝난 후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난다고 한다.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태풍 역시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듯하다. 떨어져 있던 가족 친지가 명절에 만나게 되면서 잠재된 갈등이 표면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서로간의 생각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사회에도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태풍이 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다행히 나쁜 바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바람도 있다. 좋은 바람은 나쁜 바람을 이동시키거나 상쇄하기도 한다.
명절에 남자들이 설거지 같은 집안 일을 담당하여 가사를 분담하는 운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소리없는 좋은 바람이다. 이런 바람이 가정 분쟁을 일으키는 불화의 태풍을 제압했으면 한다.

자연재난인 태풍의 피해에 대하여는 복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태풍이 지나가면 바로 이런 시스템이 작동한다. 사회의 태풍피해도 바로 수습해야 한다. 자연의 태풍보다는 다루기도 쉽다. 당사자의 노력으로 피하거나 줄일 수 있다. 잘만하면 찻잔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

명절연휴가 칼부림 같은 사고로 얼룩졌다는 뉴스가 있다. 전국 구석구석에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해마다 명절 연휴이후에는 나타나는 소식이다. 사소한 분쟁이 태풍으로 커진 사례도 있을 것이다. 빨리 수습하고 일상의 평온을 되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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