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욱 국가무형문화재 제106호 각자장(刻字匠) 이수자
'인생을 새긴다. 행복을 새긴다'


물질문명 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전통 문화예술의 전승발전을 위해 우리 고유의 소중한 정신문화가 깃들어 있는 무형문화재와 그 전승자을 조명한다.

@ 무형문화재는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와 보존해야 할 음악ㆍ무용ㆍ연극ㆍ공예기술 및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가리킨다. 무형문화재 가운데 보존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능 및 예능에 대해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의 지정은 형태가 없는 기능 또는 예능이기 때문에 이를 보유한 자연인이 그 대상이 된다.무형문화재에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와 시ㆍ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있다.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청장이 무형문화재 중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의 심사와 토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각자장(刻字匠)
인간은 本能的으로 자신의 의지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파거나 새기는 행위들을 해왔다. 각자(刻字)는 나무나 돌 등 각종 재료에 글자를 새기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표현된 글자를 새긴다는 뜻으로 서각(書刻)이라고도 하며 각자(刻字)를 하는 장인(匠人)을 각자장(刻字匠) 또는 각수(刻手)라 한다.

표현욕구(表現欲求)에 의한 삶의 흔적(痕迹)의 수단으로 사람들은 문자로 기록을 남기기 이전부터 서계(書契)라고 해서 막대에 칼로 금을 긋고 새기거나 그림을 통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형상화해서 표현하고 전달하려고 했다.

각자(刻字)는 삶의 자취를 남기고자 노력했던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하여 왔다. 이후 문자가 발명되면서 그림 대신에 문자를 새기는 방법으로 인간의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고, 더불어 각자(刻字)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고대인들의 면 새김과 선 새김의 방법을 사용한 현재 국보 제285호로 지정된 울산 반구대암각화(盤龜臺岩刻畵), 청동기나 철기시대의 명문(銘文), 고구려 광개토대왕비를 비롯한 유적비에 새겨진 문자들은 서각의 기원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목판에 각자한 판각본으로 경주 불국사(佛國寺)의 석가탑(釋迦塔)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국보 제126호, 두루마리 형식, 길이 6m 30㎝, 폭 5.3㎝)'은 서기 751년 이전에 간행된 세계 최고의 현존하는 목판 인출본임이 밝혀져 그 가치가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해인사(海印寺)에 소장된 국보 제52호인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은 불교의 융성과 더불어 경판 인쇄가 얼마나 활발했던가를 알 수 있다. 활자 발명 이전엔 주로 나무에 판각해 서책으로 만들었으므로 서각은 우리의 문화발전에도 이바지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일본강점기 사진술과 인쇄술의 도입으로 전통적인 목판인쇄는 급속히 사라지게 되었다. 근대에 접어들어서 서각은 경전과 각종 문서 등 판본(板本)을 중심으로 하여 사찰과 고궁의 현판(懸板), 주련(柱聯), 편액(篇額) 그리고 비각(碑刻) 및 서(書)의 한 행위로써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항상 인간의 미적 조형 양식으로 기록됨은 물론, 건축, 공예의 영역으로까지 발전하여 문자의 입체적 표현이라는 독특한 모습으로 맥을 이어왔으며, 기록의 역사와 함께 장식예술에도 한 몫을 거들어 왔다.

각자는 크게 인출(인쇄)을 목적으로 글자 원본을 거꾸로 붙이는 반서각(反書刻)과 바로 붙이는 정서각(正書刻)으로 나뉜다. 각자의 작업은 쓰임새에 맞는 나무를 정하고 고르는 치목(治木), 나무의 공간에 글씨를 늘어놓는 배자(配字), 창칼과 끌 등의 도구로 새기는 각자(刻字)의 공정으로 나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06호 각자장 철재 오옥진 선생에 의해 널리 전수된 서각은 글씨의 맛과 특징을 고려해서 음각(陰刻), 양각(陽刻), 음평각(陰平刻), 음양각(陰陽刻), 목판각(木版刻) 등의 독특한 기법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필서를 재현할 수 있다. 이러한 필서의 재현은 대부분 서예가나 유명인의 글씨가 또 다른 각자장(刻字匠)의 손에 의해 2차원의 감각적 평면 예술이 3차원의 입체 예술로 제작되어 작품의 보전, 장식 등 실용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어왔다.


* 서각을 하게 된 계기
어릴 적 마을 골목길을 지나면서 부유한 집 대문에 자개 문패나 대리석 문패가 달린 것을 보면서 언젠가 저런 멋진 집에 문패를 달고 살아야겠다는 어릴 적 꿈이 있었다. 군 제대 후 서울 직장생활 할 때 퇴근 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중 어릴 적에 동경해왔던 문패를 내 손으로 직접 새겨서 고향 집에 달아드려야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동네 도장 가게에서 흉내를 내며 새긴 것이 입문의 계기가 됐다.
본격적인 刻字는 敎職으로 移職 후 1990년 인산 장우철 선생님을 만나면서 시작했다. 인산 선생님의 소개로 인간문화재 철재 오옥진 선생님으로부터 본격적으로 사사 받아 200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06호 각자장 이수가가 됐다.

* 강대욱 이수자에게 서각이란
새김은 나의 삶의 흔적을 나타내는 인간 본래의 본능적 표현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의지나 생각을 표현욕구에 의한 삶의 흔적의 수단으로 파거나 새김 행위를 해왔다.

우리의 표정이 다양한 것처럼, 나무를 켜게 되면 그 많은 나무의 결이 한 가지도 같은 것이 없으니 우리처럼 살아온 자취와 다른 바 없다. 인고의 세월의 흔적인 나뭇결의 문양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우리의 삶도 돌아보는 회복의 의미가 있는 것이 바로 새김질 곧 서각이다.

*서각을 하면서 보람된 일
영덕 일직에 있는 조선 문종 조 우부승지와 이조참판을 지내신 처호정 이승길 선생의 정자 ‘처호정’의 도난 또는 훼손된 현판, 기문, 중수기, 중건기, 이퇴계 선생의 차운시 등 18점을 복원, 보수해 후손들에게 선대들의 가르침을 기리며 이어 나아갈 수 있게 한 일과 육군3사관학교에 재능기부한 충성대와 청운관 현판을 비롯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내 ‘일월대’와 신라마을의 현판과 기문, 영일대해수욕장 누각 ‘영일대’ 건립기문 등 많은 사람들이 항시 볼 수 있는 포항의 명소에 작품이 있다는데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 시민에게 바라고 싶은 점
일상의 삶에서 서각 작품의 나무는 나무를 소재로 하는 단순한 재료의 의미를 넘어서서 주제를 전개 시키는 모티브로서 생활을 돌아보는 관조의 사유를 이끄는 매개물이라 할 수 있다. 기록의 역사와 함께 문자의 입체적 표현이라는 작품을 통해 항상 그 내용을 바라보며, 뜻을 생각하고, 자기 삶의 교훈 지표로 삼아, 약하고 나태해지는 자기를 발견하고 언젠가 경험했을 법한 일들을 추억하며 오래도록 여운을 간직할 수 있는 자아회복(自我回復)의 의미가 큰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서각은 서예적 회화적인 것으로 정적인 것과 조각적 행위로 인한 동적인 것이 있어 靜과 動이 서로 균형 있게 이루어질 수 있는 멋진 삶의 활동이 될 수 있다. 새긴다는 행위는 활동적인 인간 본래의 본능에 깊이 뿌리박고 있어서 그 표현은 박진감 넘치며 인간의 지성(知性), 감성(感性)의 땀을 흘릴 수 있는 예술이며 실용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장식예술로 한몫을 하고 있기에 여가, 취미활동으로 권하고 싶다.

* 에피소드
교사 재직 중이었던 학교에서 학교생활에 적응의 어려움을 겪으며 갈등하는 학생에게 서각 동아리 반을 운영하면서 선현의 말씀이나 본보기가 되는 글귀 등을 마음으로 되뇌며 새김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아 문제아에서 모범생으로 변화되어 사회로 나아간 제자가 훌륭한 사회인으로 살면서 제자들과 만남의 자리에서‘선생님’ 호칭 대신에 ‘사부님’으로 부를 때 다른 제자들이 놀랐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
철재전통각자보존회 활동을 통해 문화재 복원사업 등의 전통 각자 보존 활동에 더욱 매진하며 문화민족으로의 긍지를 가질 수 있게 더욱 계승 발전시켜 강좌를 통해 서각 예술의 저변확대와 대중화에 힘쓰겠다.
작품 전시도 많이 해 시민에게 서각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전통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동서양의 문화와 통할 수 있는 세계 속의 서각이 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꾀하고 싶다. 다른 장르간 적극적이고 긴밀하게 공동연구와 발표, 심포지엄 등을 열어 지역 정체성을 담은 예술문화 텃밭을 일궈 나가고 싶다.

* 주요 학력 및 경력
·1997년 소봉전통각자연구소 개관
·200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06호 각자장 이수자
·2013년 한국예술문화명인 서각명인
·2016년 새김공간 갤러리 '다질' 개관
·(사)한국미술협회 서각분과 이사
·(사)철재전통각자보존회 이사,경북지회장
·포항예술문화연구소 2대 소장
·대한민국미술대전, 포항·POSCO불빛미술대전 심사위원
·부산서예전람회, 대구경북미술전람회 심사위원
·경상북도서예·문인화대전, 신라미술대전 심사위원
·포항시서예대전, 대한민국영일만서예대전, 심사위원
·포항국제아트페스티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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