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30여 년 만에 특정됐다. 경찰은 처제 성폭행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현재 25년째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50대 남성을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지목했다. 용의자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DNA가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것과 일치한다니 곧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공소시효가 만료돼 법으로 처벌할 수는 없더라도 반인륜 범죄에 대한 사회적 징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너무 늦었지만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이를 통해 범죄는 반드시 밝혀진다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 각인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기간 범인을 잡지 못했어도 현장 증거물을 잘 보관하고 사건을 끝까지 추적한 경찰의 집념에 박수를 보낸다.

이 사건 외에도 아직 장기 미제로 남아 있는 강력사건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30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이다. 이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 도롱뇽알을 잡으러 간 9∼13세 소년 5명이 실종된 후 10여년이 지나 유골로 발견됐다. 마침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개구리소년 사건 발생 장소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을 찾아 "유족 등에게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모든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해 유류품을 재검증해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8일 포항시 흥해읍 도로변 갈대숲에서 토막난 시신일부가 발견된 '포항 흥해 토막살인사건'도 마찬가지다. 2015년 9월 발족된 경북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전담팀에서 원점부터 재수사하고 있다니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화성 연쇄살인 범인 공소시효 무효화’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장기 미제사건이 해결되더라도 처벌이 어렵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소급입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처벌할 수 없다고 해도 진범을 밝히는 일은 중요하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와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고, ‘완전범죄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경찰의 끈질긴 집념과 시민들의 투철한 신고 정신이 있다면 범인은 반드시 밝혀지기 마련이다. 경찰은 나머지 장기 미제사건도 조속히 해결해 범죄 예방에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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