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민주노총 포항지부장

▲ 김용수 민주노총 포항지부장
포항지진으로 본의아니게 유명해진 흥해에는 유서깊은 역사가 많다. 선사시대 암각화가 있는 고장이다. 또 신라 군과 고려태조 왕건 군 사이의 격전지였던 남미질부성과 북미질부성이 남아 있다.
그리고 고려 국사였던 배천희국사의 무덤, 유허비, 사당이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흥해읍내에는 고려때 토성이었다가 조선때 석성으로 리모델링한 흥해읍성 성벽이 남아 있다. 읍성 안에는 조선때 흥해군 관아였던 제남헌이 민속박물관으로 변신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흥해읍성 성벽 돌은 일본인들이 죽도시장 부근 축항을 쌓는데도 사용했고 훗날 포스코를 지을때도 갖다 써버려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흥해향교 대성전이 있는 향교산은 아름다운 이팝나무 군락지이고 조선시대 조성한 천연기념물 북천수는 우리나라 대표적 소나무 숲이다. 곡강천과 흥해평야는 안뜰쌀로 유명한 포항지역 최대의 곡창이다. 이렇듯 흥해는 포항 지역에서 가장 유서깊은 고장이자 포항의 원형이요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유서깊고 뿌리 깊으면 뭐하나!

포항시가 선정한 포항12경 중에 흥해에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유감이다. 장기도 있고 송라도 있고 심지어 왜놈들이 만든 구룡포 적산가옥도 포함되어 있지만 포항의 뿌리인 흥해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에 대하여 흥해사람들은 반성해야 된다.
경북 동해안 역사에서 오랜 중심축 역할을 했던 흥해가 오늘날 세상사람들에게 보여줄게 하나도 없다는 것 흥해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지난 몇년간 대통령도 흥해사람, 국회부의장도 흥해사람, 포항남북구 국회의원 모두 흥해사람, 경상북도 부지사도 흥해사람, 포항시장도 흥해사람, 포항시의회 의장도 흥해사람이었는데 그들은 도대체 고향을 위해서 무얼했나?

지열발전소를 유치해서 흥해에 지진만 촉발 되었지 흥해발전을 위해서 도대체 한게 뭐가 있냐 말이다.

지금이라도 흥해 역사를 되찾아야 한다. 지진으로 도시재건을 논의하는 지금이 가장 적기다. 도심재생이든, 도시재건이든 이름이야 어떻든간에 지진으로 무너진 도시를 재건할때 흥해의 역사를 되찾는 과제를 꼭 챙겼으면 좋겠다.

그 중 가장 필요한것이 흥해읍성 복원이다. 최근 경주읍성이 복원되어서 본격적으로 관광객을 맞이 한다고 한다. 경주는 신라천년의 도시라고들 한다. 이제 경주는 읍성복원과 함께 신라뿐만 아니라 고려와 조선시대 유적(양동마을, 옥산서원)까지 보유한 완벽한 역사도시가 되었다.

경주읍성보다 더 참했던 흥해읍성. 이번 기회에 꼭 복원하자.
전체를 다 할수 없으면 남문, 북문 등 일부라도 복원해서 포항12경에 흥해지역 볼거리 하나라도 들어갈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지진으로 큰 상처를 입은 흥해읍민, 나아가 포항시민들의 자존을 회복하는 일이다. 도시를 반듯하게 새로 재건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그 지역의 역사성을 되살려 그 구성원들의 정체성을 회복시켜주는 일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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