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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근로시간 유연화’, 삶의 질에 눈뜨다김선재 포항고용센터 소장
   
도시의 아름다운 야경은 현대인의 야근으로 완성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근사한 야경도 근로자의 야근으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은 야근의 불빛을 내느라 정작 도시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2016년도 기준 OECD 가입국 근로자들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1천707시간이지만 우리나라는 2천5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일수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OECD 평균적인 근로자에 비해 약 43일 더 일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장시간 근로관행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인데 대표적으로 ‘일생할 균형 캠페인’이 있다.

포항고용노동지청은 최근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다. 이 사업은 근로 방식을 개선해 근로자와 기업의 생산성은 높이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게 목적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기업에는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이란 기업이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거나 근로자의 요청으로 근로형태를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전환시킨 경우 그 기업을 지원(연간 최대 720만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제도 활용은 저조한 편이다. 2019년도 8월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된 총226만여 기업 중 3천764개(0.16%)만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을 받고 있으며, 경북의 경우에도 11만3천여 기업 중 110개(0.097%)만이 활용·지원을 받고 있다.

1980년대 폭발적인 경제성장 당시, 가정보다 회사를 우선시하고 야근을 장려했던 문화, 자신의 업무 공백이 동료의 업무 부담으로 과중되는 구조 등이 ‘사내 눈치’를 만들었고, 이는 제도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전일제(풀타임) 근로자 비중이 전체의 90%에 달할 만큼 뿌리 깊은 전일제 근로 관행이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 뒷받침 돼야 한다. 시간선택제 도입 전후 변화를 분석해 효과를 객관적·구체적으로 정리했는데, 시간선택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공통적으로 경험했다. 먼저 근로자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룰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근무만족도가 상승되고 이직률이 낮아졌다. 이는 곧 기업의 성과 향상으로 이어져 노사가 상생(相生, win-win)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처럼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장시간 근로 개선, 일·생활 균형, 경력단절 위기 극복, 출산율 제고 및 삶의 질 향상 등 사회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뿐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효율적 인력운영, 우수인력 이직 방지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이나 경영성과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생존전략의 하나로 접근할 수 있다.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한가로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라고 했다. 소크라테스 사후 2400년이 지난 지금 ‘일과 삶의 균형’이 이슈가 되는 것은 그동안 인류가 한가로운 시간을 얼마나 잊고 살았는지 보여준다.

오늘도 일에 매몰돼 결혼, 취미, 육아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근로시간 유연화야말로 소중한 재산을 되찾아줄 수 있는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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