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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경산책]구석구석을 구경해 보자신재일 수필가
   
지난주 월요일은 고등학생인 딸아이의 제주도 수학여행 출발일 이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하루전날인 일요일에 제17호 태풍이 타파로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고 수학여행도 취소될까 걱정되는 상태였다. 다행히 여행 당일 새벽에 태풍상황이 종료되어 무사히 다녀왔다.

그런데 딸의 태도는 무덤덤했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들뜬 마음이 없는 듯했다. 비행기가 뜨지 못할 것 같은데 초초하지 않느냐는 아빠의 말에 수학여행에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도는 초등학생 시절 이미 가족여행으로 다녀왔었고, 해외여행도 몇번 다녀왔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했다. 나의 학창 때와는 달랐다.

내가 고등학생인 시절만 해도 나에게 제대로 된 여행은 수학여행 밖에 없었다. 전세버스를 타고 내륙인 설악산으로 갔다. 배나 비행기로 제주도에 가는 수학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요즘은 평소에도 현장학습으로 명승지에 갈 수 있고 해외여행도 자주 가다보니 국내의 수학여행은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은 듯하다.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관광지도 쇠퇴하는 경향이 있다. 가까운 경주만 하더라도 관광지로서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추석연휴에 경주에서 펜션과 불국사 근처의 유스텔에서 각각 1박씩 했다. 숙소근처 상인에게 들은 바로는 2016년 지진 이후에 수학여행단이 오지 않아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수학여행에 기대야 하는 관광지의 처지가 애처롭게 느껴졌다.

한때 휴양관광지의 대명사인 부곡하와이도 재작년 폐업했다. 30년전 신혼여행으로 처음 들렀을 때 환상적이라고 감탄했었는데 그사이에 환경이 변해 손님이 오지 않는 곳이 된 것이다. 폐업 직후 신혼여행 때가 생각나 쉬는 날 현장에 가보았다. 방치된 시설들을 보니 방만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면서도 재투자를 하지 않아 손님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이율배반적인 묘한 느낌이 들었다.

관광업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 관광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니 이제 관광지가 일정한 지역이라는 개념에 국한되면 관광객이 늘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다 관광지라고 하는 개념의 전환이 필요한 듯 하다.

관광지 하면 바가지나 호객행위로 좋지 못한 추억이 떠오르는데 관광객이 단골손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한번 와보고는 다시 오고 싶지 않아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그러나 그냥 생활 속의 일상적인 관광을 하는 곳이라면 그러지 못할 것이다. 계속 찾아오는 손님을 단골로 만들기 위해서는 바가지를 씌우거나 하지는 못한다.

바가지가 아니더라도 요즘 국내 물가가 비싸다 보니 상대적으로 해외여행이 비싼 여행이 아니게 되었다. 같은 비용으로 동남아를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딸의 수학여행보다 적은 비용으로 캄보디아를 다녀왔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런데 비슷한 것을 국내에서라면 별 것 아니라고 여길만한 것도 외국에 가서 보면 대단한 것으로 여기는 심리가 있다. 해외에 가게 되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여행상품도 있는 것 같다.

우연히 대구 두류공원에 갔다가 공원에 있는 성당 못을 보았다. 각종 편의시설을 해서 휴식공간으로서 수준이 외국에 가서 본 호수와 별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관광지라고 여기지 않는다. 결국 보는 사람의 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016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증을 땄다. 당시 공부를 하면서 관광의 새로운 측면을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알권리, 놀권리가 강조되는데 볼권리도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에게 노는 것을 가르치려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구경하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공자님께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다(學而時習之, 不亦說乎)고 했는데 배우고 익히는 것은 보고 들음으로서 가능하다. 관광이 일상적인 학습의 차원이 되어야 한다.

나는 가을여행을 즐긴다. 대부분 구경하기 위한 여행이다. 이때 구경은 관광지 뿐 아니라 평상시 안보던 곳이면 모두 대상이 된다. 몇 번 보았던 곳이라도 다시 볼 때마다 다른 시각으로 보인다. 이런 여행습관은 어쩌면 내게 큰 자산이 된다.

지난 27일은 마침 제46회 관광의 날이었다. 관광업계 종사자들만 아는 날이다. 이제는 관광객들도 아는 날로 변했으면 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관광지가 되고 모든 사람들이 관광객이 되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관광상품들도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깍는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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