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김성수의 민족과 새 이야기] ]가마솥같이 검은 옷을 입은 물새 가마우지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
   
가마우지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이름의 접근에 두 가지 설이 지배적이다. 하나는 가마솥같이 검다는 '가마'란 뜻과 깃털을 의미하는 '우지'가 합쳐져 '가마솥처럼 검은 날개를 가진 새다. 다른 하나는 '검다', '까맣다' 등에서 가마가 됐으며, '우지'는 오리의 옛말 '올히'에서 변한 것으로 결국 '검은 오리'라는 의미를 갖는다.

가마우지는 겨울철새로 울산에는 매년 늦은 가을에 태화강에 찾아와 이른 봄에 떠난다. 조사 자료에 의하면 태화강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9월 현재까지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까지의 가마우지가 관찰되며 점차 마릿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학자들은 이를 조심스럽게 기후변화의 결과로 인정하고 있다. 기후의 영향이라 해도 울산을 잊지 않고 찾는 이유의 중심에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물고기, 즉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먹이가 부족하거나 없다면 매년 찾지 않을 뿐 아니라 일 년 내내 관찰되지도 않는다. 또 태화강이 오염되면 결코 날아 오지 않는다. 오염된 강에는 물고기가 없기 때문이다. 태화강의 맑은 물이 사시사철 출렁이는 이상 물고기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환경일 수밖에 없다.

가마우지는 간혹 혼자서 먹이 사냥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협력으로 물고기 사냥을 한다. 수십 마리가 동시에 잠수하여 사방에서 물고기를 몰아붙이면서 사냥을 한다. 가마우지는 오리처럼 발가락에 물갈퀴가 있어 물속에서 굉장히 빠르게 헤엄을 친다. 가마우지 부리는 길며 끝부분이 갈고리모양으로 구부러져 한번 잡힌 물고기는 거의 놓치지 않는다. 가마우지는 큰 고기만을 사냥하기 때문에 노어(老魚) 마릿수 조절에도 한몫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가마우지는 대부분 새의 꽁지에서 발견되는 기름샘이 없다. 때문에 깃에 기름을 바르지 못한다. 먹이 사냥을 돕기 위한 진화의 결과이다. 깃털에 기름을 바르면 부력이 생겨 잠수와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쳐 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마우지는 사냥하여 배불리 먹으면 물 밖에 나오는데 그때마다 항상 두 날개를 활짝 펴서 깃을 말린다. 겨울철 외황강 하류를 찾으면 바위에서 깃을 말리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추워서 온몸을 떨면서까지 깃을 말리는 모습이 목격된다. 사람의 감정으로 보면 안쓰럽다.

가마우지는 가마우지과에 속하는 조류를 총칭하는 말이다. 전 세계에 32종이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가마우지의 종류로는 민물가마우지·바다가마우지·쇠가마우지의 3종이다. 구분은 의외로 쉽다. 강에서 발견되면 민물가마우지, 바다에서 관찰되면 바다가마우지, 몸집이 작으면 쇠가마우지이다. 태화강에서 발견되는 가마우지는 몸집이 가장 흔한 종의 민물가마우지이다. 뺨이 흰색이고 몸길이는 약 90㎝이다. 대부분 강이나 호수에서도 볼 수 있다. 가마우지는 물 위에서 헤엄을 치면서 먹을 물고기를 찾는다. 물고기를 발견하면 물속으로 잠수해 물갈퀴가 달린 발로 힘차게 헤엄을 쳐 물고기를 잡는다. 잡은 물고기는 물 위로 가지고 올라와 먹는다.

요즈음 '가마우지 경제'라는 말을 신문·언론·방송 등을 통해 자주 듣게 된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무역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현황에서 가마우지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덩달아 가마우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 같다. 가마우지 경제는 부존자원과 원천기술이 많지 않은 나라에서 외국의 기술과 자원을 이용해 최종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설령 수출의 규모가 증가하더라도, 원천기술과 자원을 수입한 비용을 제하면 만족할만한 이익도 없다. 또 같은 일이 반복되어 기술의 축적도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경제 자체의 내실도 어렵다. 즉 '가마우지 경제'는 핵심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수출하면 할수록 정작 이득은 일본에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용어다. 수고로움에 비해 실제 자기 몫이 적은 것을 가마우지를 이용한 낚시법에 빗댄 것이다.

가마우지가 온종일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아 삼키지만 그때마다 긴 목 아래에 묶어진 줄로 인해 뱃속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갑판에 끌어 올려진 가마우지는 억지로 끄집어내는 어부의 수입을 쳐다볼 뿐이다. 가마우지는 어부를 위해 고기를 많이 잡아주지만 자기 먹이로 받는 몫은 겨우 허기를 달랠 정도의 양이다. 어부 역시 가마우지에게 배불리 먹이를 주면 사냥을 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마우지의 잠수와 수영 그리고 물고기 사냥 실력은 모든 새들이 다 같이 부러워할 정도로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어부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태화강을 찾은 가마우지는 태화루 절벽 용검소 용두암에서 두 날개를 활짝 펴서 젖은 몸과 날개를 말리고 있다. 지켜보면 간혹 두 날개로 부채질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왜가리가 곁으로 날아오면 화들짝 놀라 애써 말렸던 몸은 아랑곳없이 물속으로 피해 다이빙한다. 한참 만에 물속에서 나와 왜가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 볼멘소리를 한다. 다시 물 위를 박차고 날아가 버린다. 아침나절 가마우지는 오늘도 삼호교 다리발에 앉아 졸며 쉬고 있다.

대경일보   webmaster@dkilbo.com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경일보 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