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 서명수/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중국은 1일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 등 7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70년 전 마오쩌둥 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 성립(成立, 건국)을 선언하던 그 자리에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자리를 잡았다. 시 주석 양 옆으로는 직전 총서기였던 후진타오 전 서기와 장쩌민 전 서기가 도열해 있었다.

이들 중국의 최고지도자의 직함을 부를 때 헷갈릴 때가 있다. 주석인가? 총서기인가?
시 총서기의 대외 직함은 중국국가주석이다. 그러나 국가주석이라고 해서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인 총서기를 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국은 중국정부가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중국정부의 행정조직인 국무원을 지도하는 당우위의 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주석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중국의 최고지도자다. 당이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정부는 정책을 집행하는 하부기관인 셈이다.

중국에 가서 중국의 각급 정부나 기관, 혹은 개별 기업과 사업을 하거나 교류협력을 진행하다보면 운좋게(?) ‘서기’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종징리’나 ‘라오반’(老板 사장) 같은 직함의 고위인사를 만나지만 서기나 제1서기, 부서기 등의 중국공산당의 직책을 가진 인사를 만나기도 한다. 이럴 때 정부나 각급 기관의 대표자에 대해 ‘장’이라는 직함을 붙이는 관행에 익숙한 우리는 ‘서기’에 대해 오해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곤 한다. 중국식 ‘서기’는 영어로도 ‘secretary’로 표기하기 때문에 서기를 실무자급으로 착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각급 하위 당지부에서의 최고지도자는 ‘총서기‘가 아니라 서기다. 면적이나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더 큰 성(省)급에서도 최고지도자는 성장(省長)이 아니라 성에 설치된 당위원회(黨委員會)의 서기다.

시 총서기는 각급 당지부 서기들의 최고지도자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서기는 중국공산당에서만 쓰는 직책이다. 1921년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차 대회(1당회의)에서 ‘천두슈’가 책임자인 ‘서기’로 선출되면서 중국 최초의 ‘서기‘가 탄생했다. 2, 3차 대회 때 천 서기는 위원장으로 직함을 바꿨지만 이후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는 주석이었다. 마오쩌둥 이후 당의 최고지도자는 총서기로 굳어졌다.

중국의 국가통치체제를 잠깐이라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대통령이 집권당의 당 대표를 겸임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공식적으로 공산당이 정부를 지도한다. 따라서 당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중국공산당을 움직이는 실세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다. 시 총서기를 비롯한 7인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각 부문을 통괄하고 있다. 서열 2위 리커창(李克强)이 국무원을 총괄하는 총리를 맡는 등의 구조다.
지방정부인 성(省) 단위에 가면 보다 확실하게 당 우위의 체제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지방지도자가 중국의 지방정부와 협력관계를 맺을 때 성장 등이 나서게 되지만 실제 관계는 서기 등 최고지도자와 깊은 꽌시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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