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일 수필가

주말부부의 주말은 바쁘다. 주중에 못한 집안일을 몰아서 한다. 집에는 어김없이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갔다가 다른 행사에도 갔다. 미뤄둔 건강검진도 하고 틈틈이 딸들의 학원픽업을 하다 보니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아내와 대화도 제대 못했다.

집안일에 대하여 나는 가족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다고 생각하는데 가족들은 가장이 집에서 하는 일이 적다고 불평한다. 모순이지만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래저래 주말부부 생활은 고달프다.

나에게 가족과 함께 있는 주말은 중요한 시간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주말에 가족에게 집중하기 위해 사무실 일과 집안일을 하는 시간과 장소를 구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에 사무실을 떠나 집으로 올 때나 월요일 아침에 집을 떠나 근무지로 갈 때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空手來空手去)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나 잘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주말과 주중의 일을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는 없다. 급한 일이 시간 내 마무리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일거리를 들고 가기도 하는데 원래 일을 하던 장소가 아닌 곳에서 일을 하니 제대로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자료나 물건을 놓고 떠나는 실수도 한다. 정작 원래 하던 곳에서 제대로 일을 하려면 필요한 물건이나 자료가 없어 곤란할 때도 있다. 두집 살림의 애환이다.

지난 1970년대 일본인을 일벌레로 여길 때가 있었는데 TV에서 신간선을 타고 떠나는 남편을 아내가 울며 배웅하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초등학생이라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내가 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내는 내가 근무지에 갈 때 울지 않는 대신 가끔 짜증을 낸다. 주중에 내가 없어서 집안일을 혼자 하려니 힘들다는 것이다. 주말에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집안에 평화가 없다.

주말부부가 아니더라도 직장인이라면 주말은 소중한 시간이다. 직장이 아닌 자신을 위해 쓸 시간을 주말에 배당하기 때문이다. 사적인 약속이나 집안 대소사도 보통 주말에 하기 때문에 시간을 잘 쪼개서 써야 한다. 특히 여행은 대부분 주말에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고속도로는 항상 주말에는 복잡해지고 대중교통도 만원이다. 그나마 요즘은 주 5일 근무제로 조금 여유가 있지만 옛날 토요일에도 근무할 때는 정말 주말이 짧았다.

주중과 주말의 생활이 다르면 부작용도 많다.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괴롭다. 월요일마다 새로운 리듬에 맞추는 것이 스트레스다. 월요병이라는 말이 생긴지 오래되었다. 주간 계획을 세우는 회의를 월요병 때문에 화요일로 대체하는 기업도 많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주말에 집안일을 하거나 쉬는데 집안일과 직장일의 성격이 다르고 또한 주말에 느슨해졌다가 월요일 다시 긴장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주말부부는 월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장거리 이동을 하면 피곤하다.

주말을 갖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주 5일제가 아닌 기업에 근무하거나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영세상인은 주말이라고 마음대로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없다. 또한 직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주말이 의미가 없다

그래도 직장인에게는 주말이 기대된다. 사무실 보다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 즐겁다. 주말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하면 신이 난다. 요즘은 시들해졌지만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을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장님인 헬렌켈러는 3일만 볼 수 있다면 이라는 책을 썼다. 만약 눈을 뜨면 할 일들을 골라서 몰아서 하는 내용이다. 이와 비슷하게 나도 군복무 때 휴가를 떠나기 며칠 전부터 계획을 짠 기억이 있다. 짧은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시 간에 하고 싶은 일을 잘 선택해서 해야 한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은 나름대로 주말 계획을 세운다. 나도 금요일 집에 오면서 주말을 계획한다. 물론 계획대로 잘 되지는 않는다.

지난 주말에 못한 일이 많았다보니 이번 주에는 주말의 할일을 잘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겨우 한주가 시작되었는데 벌써 다음 주말을 계획해야 하나. 김치국 부터 마신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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