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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장사리 잊혀진 영웅들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했다. 북한군은 일요일 새벽에 남침을 해서 서울을 붉은 깃발로 점령하게 된다. 그 후 8월 1일에는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지고 부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북한군에게 넘어가게 된다. 우리 대한민국이 공산군에게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때 우리 국군과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UN군은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빼앗긴 서울을 수복하게 되었다.

우리 국민들은 맥아더 장군과 인천상륙작전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의 양동 작전인 장사상륙작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인천상륙작전’에 비해 '장사상륙작전'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묻힌 전쟁의 아픈 흔적이다. 양동작전이란 적을 속이고 교란하기 위한 작전이다. 즉 양동작전은 적을 공격할 것처럼 위장하는 작전인 셈이다.

장사상륙작전이란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인 9월 14일에 적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하여 작전이 개시되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국군의 유격대와 무명의 학도병들이 장사리에서 적을 교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북 영덕군 장사리 해변에서 아무도 모르게 목숨을 잃은 무명의 영웅들, 그들이 왜 무참하게 죽어야 했으며 역사는 왜 그들의 죽음을 잊어버렸는가? 지금도 장사리 해변에는 파도소리와 함께 꽃다운 나이에 청춘을 바친 그들의 울부짖음이 선명하게 들린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평균나이 17세, 훈련 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된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참혹한 전쟁에 꽃다운 청춘을 바친 이들의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울리며 잊혀진 전쟁의 실화를 증언한다.

장사리에 투입된 학도병들은 제대로 된 무기도, 식량도 부족했다. 어쩌면 그들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순진한 학생들이었다. 다만 그들은 나라가 어려움을 당하자 스스로 자원해서 학도병으로 지원하게 되었고 학도병들은 극도로 열악한 상태에서 6일 동안 포항에 주둔 중인 북한군과 전투가 이어졌고, 그들이 치열한 전투에서 죽어가는 그사이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학도병 772명의 희생은 1997년 장사리 해변에서 유골과 당시 사용했던 배가 우연히 발견될 때까지 그들의 전쟁이야기는 고스란히 바다에 묻히고 말았다.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오랜 세월 잊혀 진 존재였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조국을 위해서 청춘을 바친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모든 참상을 기록한 종군기자가 밝히기 까지는 장사리 바다 속에 묻히고 말았다.

우리는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잊혀진 영웅들의 젊은 청춘을 기억해야 한다. 밀려오는 저 파도소리에 우리의 역사의 뒤안길에서 죽어간 젊은 학도병들의 절규를 다시 들어야한다. 바다속에 묻힌 역사, 많은 사람의 머리속에 기억되지 않은 역사, 그들이 바로 우리 조국의 역사요 우리의 역사다.

지금도 장사리의 어느 허름한 2층집 지하에는 내려오는 귀신이야기가 있다. 밤마다 유령이 나타난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다. 필자도 그곳에 몇 번 갔었는데 귀신을 만나지는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곳의 이야기가 바로 장사리에서 죽은 영혼들의 울부짖음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그 주변에 고급 펜션이 지어져 있다. 그곳에서 보면 장사리의 아름다운 해변이 보이고 동해의 바다가 보인다.

이 영화는 사실에 기초한 학도병들의 이야기이기에 흥미나 재미 보다는 의미와 가치에 무게를 두는 것이 좋겠다. 꽃다운 나이에 볼펜보다는 총을 들고, 학모 대신 철모를 쓰고, 학생복 대신에 군복을 입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선으로 나간 무명의 영웅들이기에 우리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고귀한 피를 잊어서는 안 된다.

곽경택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많은 사람의 뇌리 속에 6,25전쟁 당시 잊혀져간 학도병들의 희생이기에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영화의 마지막에 중절모를 쓰고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가 된 학도병이 당시 죽어간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은 한국전쟁이 흘러간 옛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라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지금의 조국은 젊은 학생들의 피 값으로 지켜온 소중한 자유요 평화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은 알 수 없는 슬픔의 눈물이었다. 더구나 그들의 죽음이 용기 있고 장엄하게 죽어간 무명의 학도병들이기에 더욱 눈물이 났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왠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들은 왜 죽어야 했을까?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 무명의 군인들과 학생들이 지켜온 나라인데 지금은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가진 자와 가진지 못한 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역과 세대, 계층 간의 갈등이 너무나 첨예하게 나누어져 있어서 더욱 슬펐다. 이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조국의 안정과 번영과 자유와 평화를 위해서 조금씩 자신을 희생하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다음날 영덕의 남정리 장사리 해변을 찾았다. 장사리 잊혀져간 무명의 이름들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평소 같으면 장사리의 파도가 거친데 오늘 따라 파도소리가 조용하다. 갈매기들이 바다 위를 평화롭게 날고 있다. 동해의 푸르고 맑은 바다가 조국을 위해서 숭고하게 목숨을 바친 젊은 학도병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모습과 닮아서 더욱 마음이 짠하다. 지금도 그곳에는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함께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의 포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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