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천억 원을 들여 안전성을 강화한 경주 월성원전 1호기를 영구정지시킬 태세이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11일 열리는 위원회 회의에서 월성 1호기에 대한 ‘영구 정지안’을 심의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안건이 의결되면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 영구정지 원전이 된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 가압중수로형 원전이다. 당초 설계수명(30년)에 따라 2012년 11월 운행이 종료될 예정였지만 노후설비 등을 교체해 2022년까지 가동하기로 했다. 안전성만 보완하면 운영을 지속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탈원전정책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상황은 바뀌었다. 한수원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고 올해 2월 원안위에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원안위는 지난달 27일 열린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심사결과’를 보고 받았다.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원자력을 줄이면 석탄·LNG 발전소 가동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미세 먼지가 늘고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된다. 이를 입증하듯 원전 비중이 2016년 30%에서 2018년 23.4%로 급속히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석탄발전 비중은 40.2%에서 42.3%로 늘었다. 지난해 국내 석탄 소비량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8,820만TOE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탈원전정책은 60여년간 축적한 원전기술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무너지게 하고 있다. 수많은 원전부품 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고 전문인력의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월성 1호기를 포함해 2029년까지 원전 10기를 폐쇄하려고 한다. 2030년까지 100조원을 투입해 태양광, 풍력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 국토의 아까운 숲이 파괴되고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최근 석탄발전소 최대 27기의 겨울철 가동을 중단한다는 미세먼지 비상대책 안을 내놨다. 탈원전만 아니었다면 이런 비상대책을 동원하지 않고도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탈원전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정부 에너지정책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원안위는 시대착오적인 경제성 부족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 나올 때까지 월성 1회기 영구정지 의결을 보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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