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로운 소통을 위해 신조어 사용 응답률 47.6%...하지만 신조어 속도에 못 맞추면 오히려 소통에 방해돼

언어는 살아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말이 생기기도 하고 의미가 변하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암묵적인 합의만 있다면 ‘댕댕이’를 사용해도 ‘멍멍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말을 줄여 쓰는 줄임말, 초성만 사용하는 초성어, 비슷한 음절의 다른 음절을 사용해 쓰는 야민정음 등 나날이 새로운 신조어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있다.

신조어의 발생과 더불어 사용 계층,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등의 신조어는 정치권이나 뉴스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가 지난해 출시한 디저트 ‘ㅇㅈ?ㅇㅇㅈ(인정?어인정을 초성만으로 표현)’이나 SNS를 통해 영화 홍보에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문구를 사용한 디즈니 코리아 등 신조어는 이미 TV, 광고, 상품 등 일상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사회 각계각층에서 신조어 사용이 증가하다 보니 신조어가 ‘인싸’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느껴져 신조어를 따라가지 못하면 정말 ‘아싸’가 된 것처럼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생긴다.

한 50대 가장은 "요즘 말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TV 예능에서 ‘리스펙트’가 나왔다. 애한테 뭐냐고 물으니까 막 웃더니 한참을 설명했다”며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저 말이 왜 쓰이는지 몰라 웃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요즘은 썸 탄다고 하지 않고 삼귀다라고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댓글로 ‘썸 탄다고 하면 늙은이 취급받겠네’, ‘이제부터는 삼귀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누군가가 알려주는 시점에서 이미 뒤쳐졌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20대 직장인은 “자주 사용하지만 알 때는 편하고 좋다고 생각하는데 모르는 말은 나도 ‘꼰대’나 ‘아싸’가 되었나 싶고 소통이 안 된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과 두잇서베이가 회원 3천8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조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질문에 64.8%의 응답자는 ‘부적절하다’라고 답했다. 성인 5명 중 3명 이상은 신조어를 불편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신조어 사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신조어가 한글을 파괴한다고 생각해서'가 39.8%(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세대 차이가 생기기 때문' 22.3%,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17.1%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응답자의 35.2%는 신조어 사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 이유로 '신조어를 쓰는 문화가 재밌다' 27.6%,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 27.3%가 가장 많았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10대~50대 이상 남녀 회원 3천3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줄임말·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친구·주변인들과의 순조로운 대화를 위해’라는 답변이 복수선택 응답률 47.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습관적으로 사용 46.2%, 긴 문장으로 말하거나 적는 것이 귀찮아서 37.5%, 신조어가 익숙해서 26.3% 재미있어서 22.1%, 유행에 발맞춰 트렌디해 보여서 10.1%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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