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노동시간이 2,014시간(2017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근로시간이 길어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권·휴식권이 훼손되고 삶의 질도 낮아질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도 약화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작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들이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주 52시간제가 현장에 정착되는 과정이라 조금씩 노동시간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아직 우리 주변에서 체감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우리나라 상용직 5인 이상 사업장의 연간 근로시간은 평균 1,986시간으로 처음으로 2,000시간 아래로 떨어지는 등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올해 6~7월 전국 지방노동관서에서 50~299인 기업 1,300개소를 조사한 바, 5월 기준으로 주 52시간 초과 근무자가 있는 기업은 전체의 17.3%였으며, 아직 주 52시간제를 준비 중이거나 미처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0%에 이른다.

현장에서는 주 52시간 준수가 어렵다고 호소하거나, 근무제나 생산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줄어든 시간에 따른 노동력보완 차원에서 인력확충도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근로자들은 연장근로가 줄어듦에 따라 실제 받는 임금이 감소할까 걱정하기도 했다.

우리부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현장지원단을 통해 기업별로 주 52시간 초과 상황 및 여건 등을 세밀히 분석하여 추가 인력이 필요한 기업에는 고용센터에서 채용대행, 인재매칭 등 구인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 함께 하기 사업 등과 연계해 신규 채용 인건비와 재직자 임금보전 방안을 강구하고, 특히 교대제 개편이나 유연근로제 도입 등이 필요할 경우 노무사 무료상담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 52시간제를 먼저 시행한 기업의 사례들을 확인해보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한편, 퇴근이 빨라지면서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취미생활도 활발해지는 등 근로자들의 생활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300인 미만 기업의 주 52시간제 시행이 2020. 1. 1.로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300인 미만 기업은 체계적인 인사노무관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력채용이나 설비확충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은 만큼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주 52시간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2019. 9. 24. 직원들과 함께 포항스틸야드에서 포항스틸러스구단과 ‘일·생활 균형’ 관련 협약을 체결하고 축구 경기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축구 경기보다는 축구 경기를 보러 온 시민들의 모습에 많은 눈길이 갔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막 배우는 아이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부부들, 간식을 서로 먹여주는 사랑하는 연인들, 소소한 맥주파티를 하는 직장 동료‧친구들과 함께 축구 경기가 또 하나의 기회가 되어 추억의 한 장면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장시간 노동이 없는 세상이 안착하기를, 그리고 더욱 많은 근로자가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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