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꿈틀로 프리마켓을 구경하고 있다.
아이의 행복한 삶을 위해 문화예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는 현대에서 가난한 예술가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많은 미래의 뛰어난 작가를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줄 수 있는 정신적 가치를 가지지 못 할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희생과 가난을 선택해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가난이 작가들의 작품 의욕을 완전히 꺾어 버리지 못하도록 사회는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예술가는 우리 사회의 소금과 같은 존재이다. 문화예술 창작자인 그들은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재능과 의지와 가치관에 따라 창작에 몰두할 뿐이다.

예술가는 자신이 세계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태도와 감정과 가치관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사유한 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낸다. ‘그 예술작품을 매개로 작가와 다수의 감상자인 대중들은 서로 감정을 소통하고,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여 미의식과 희열을 나누고, 정서의 일치를 이루며, 그 힘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진보의 원동력이 되고 인류애가 된다’ 고 톨스토이는 그의 예술론에서 말했다.

우리는 예술가 각자의 개성적인 작품 속에서 그 사람의 슬픔과 기쁨을 같이 느끼며, 같은 감정을 느끼는 다른 감상자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행복을 느끼고, 사람들과 관계의 거리를 소멸시켜 개인의 고독감을 없애주기도 한다. 점점 소외되고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개성적인 예술작품을 만드는 모든 작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포항시도 포항에 거주하는 작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도우려 나섰다. 포항원도심의 공동화하고 있는 구 아카데미극장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꿈틀로’라는 이름을 짓고, ‘포항원도심 문화예술창작지구’를 만들어 빈 건물에 입주할 작가를 모집해 임대료를 지원을 하고 있다. 작가들이 ‘꿈틀로’에서 작품으로 시민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꿈틀로’ 거리를 ‘문화예술공예’의 거리로 만들었다. 작가들과 시민들이 만나서 문화, 예술로 소통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예술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자주 작가들과 소통함으로서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이다.

꿈틀로에 ‘피터 팬’이라는 동화 제목을 따서 ‘피터의 공작소’라는 작업실을 연 입주예술가들의 1대 대표가 김희욱 파이프목공예 작가다. 김희욱 작가는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작품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한 분야인 파이프목공예 분야의 유망한 작가다.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에 개인 부스를 열어 작품 전시도 했다. 파이프목공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가구목공예 분야다. 스틸파이프와 목재를 조합해 서랍장, 침대, 책상, 책장, 식탁, 조리대 등의 가구를 만들어서 가정집, 사무실, 상업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거나, 스탠드, 전등, 전기포트 등의 전기 소품을 만드는 가구목공예 분야의 하나다. 김희욱 작가의 작품은 목공예에 철재파이프를 접목해 가구를 만들어 현대적인 느낌이 나면서, 한편으로는 나무결이 보이도록 정교하게 깎은 나무가 결합돼 스틸의 현대적인 느낌과 목재의 자연친화적이며 따뜻한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는 파이프목공예를 시작하기 전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하여 큰돈을 벌었다. 그러다 경쟁업체를 의식한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사업에 실패했다. 그 후 그는 파이프 목공예의 매력에 빠져 10여 년을 보냈다. 그는 사업 실패의 아픔을 파이프목공예를 하며 치료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의 빈 사무실에 세를 들어 작업을 하며, 파이프 목공예를 기꺼이 가르쳐 주며 마음을 위로해준 목공예 청년 작가와 마음씨 좋은 건축사의 힘이 컸다. 청년작가와 건축사와 그의 관계처럼 그는 이제 경쟁이 아니라 옆의 사람들과 서로 도우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가 포항 ‘꿈틀로’로 이주한 이유이자, 입주작가 첫 대표를 맡았던 이유이기도하다. 그는 ‘꿈틀로’ 입주작가들과 서로 도와가며 창작의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를 함께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직은 열악한 파이프목공예 분야 작품작업을 하려면 외국 사이트 사진을 참고해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작품 아이디어를 얻는 일이 제일 힘이 든다고 했다. 뛰어난 작품을 하려면 당연히 거쳐야하는 통과의례다. 파이프목공예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이 분야의 유명 작가가 많지 않다. 그래서 혼자 와국 잡지를 보고 공부를 하며 작품을 만든다. 그러나 고통을 넘어 작품을 완성한 후의 희열이 또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하는 동기가 된다고 한다. 그는 예술가로서 힘들지만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즐겁게, 열심히 하면서 살겠다는 각오가 굳건해 보인다.

그러나 꿈틀로 입주작가들의 고민도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살아가면서 항상 해소되지 않는 문제로 남는다는 것이다. 포항창작지구 입주 작가로 선정되어 임대료를 지원받지만 작품의 판로가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으니 경제적 고통은 문화예술작가들의 인생에서 계속 풀어 나가야할 숙제인 셈이다.

김희욱 작가가 그의 고양이 웬디, 팅커벨과 작업실 이름인 ‘피터의 공작소’에서 그가 원하는 작품 작업을 이어가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피터 팬이 친구들과 함께 꿈의 네버랜드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후크선장과 싸워 이겨나가야 한다. 나는 동화 피터 팬은 우리 어른들의 삶의 은유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의 피터팬처럼 순수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후크 선장이 되어 난폭한 악어 뱃속에 들어 있는 재깍거리는 시계소리처럼 흘러가는 시간과의 싸움, 즉 현실이라는 난폭한 악어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의 꿈이 현실에 발 디디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피터 팬이자 후크선장이기도 한 우리 모두는 경제적 문제, 미래의 불안 등 현실의 여러 어려움을 계속 해결해 나가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김희욱 입주작가 전대표도 포항 꿈틀로 문화예술창작 지구의 여러 작가들과 함께 이곳을 피터 팬과 아이들의 꿈의 섬인 네버랜드와 같은 곳으로 만들었으면 하고 나는 기원한다. 포항 시민뿐만 아니라, 포항을 찾는 많은 여행객, 어린이, 학생들이 문화예술로 소통하고 체험하는 꿈의 거리가 되었으면 한다. 포항 꿈틀로가 입주 작가들의 문화예술을 키워주고 완성할 수 있는 터,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는 터, 포항의 즐거운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좋은 터무늬를 그려 나가기를 나도 함께 꿈꾸고 있다. 글/이을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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