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비행장·군 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안’(군소음법)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소송을 하지 않고도 군 공항 및 군 사격장 소음피해로 인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소음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각종 대책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률안 통과는 지난 2004년 처음으로 국회에 상정된 이후 무려 15년여 동안 장기 계류를 거듭한 끝에 어렵게 나온 성과다. 그동안 여야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줄을 이었지만 그 중에 단 한 건도 국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통과된 군소음법에 따르면 군 소음대책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그동안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던 피해지역 주민들도 민간 항공기 소음 피해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개별적 민사소송 없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 피해주민들은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이나 군용 비행기 이·착륙 절차 개선 등 군 소음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요구할 수 있다. 이날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방부는 중앙소음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소음영향도를 기준으로 소음 대책지역을 지정·고시해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법안 공포 1년 후인 내년 말부터 피해지역 주민들이 직접 소음피해에 대해 소송을 하지 않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간 피해 주민이 보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국방부를 상대로 막대한 변호사 수임료를 물어가며 3년 주기로 민사소송을 해야만 가능했다.

군 비행장과 사격장 인근 주민들은 수십 년째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스트레스, 우울증, 청각 장애 등 각종 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도 많다. 군용기나 군헬기 이착륙 때는 학교 수업을 중단할 정도이며, 사격 훈련을 할 때면 불안에 떨었다. 심지어는 오발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과 시위,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한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군 공항 소음피해 소송에 참여한 주민 수는 184만명, 소송을 통해 확정된 보상금과 이자는 모두 83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보면 피해 상황을 알 수 있다. 대구 동구와 경북 예천군·포항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이 당한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군 공항과 군 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생활과 복지는 지금보다 나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소음피해 보상으로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고통이 끝난 것도 아니다. 이번 법률안 통과가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군사시설 인근 지역 주민들이 겪는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대책이 담긴 다양한 법안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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