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췄지만 시중은행은 오히려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예·적금 금리는 내리면서 은행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무역 분쟁과 경기 둔화,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위기에 봉착한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를 예대마진 확대의 기회로 삼으려는 은행권의 움직임은 자칫 금리인하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KB국민은행은 지난주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를 2.46%~3.96%로 책정했다. 지난달 중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1.50%→1.25%) 이후 대출금리를 2.30%→2.42%→2.46%로 오히려 인상한 것이다. 현재 주담대 고정금리는 7월 초 2.48%~3.98% 이후 가장 높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달말 2.94%~3.95%까지 인상했다.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최근 0.04%포인트 오른 2.51%를 기록하며 11개월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은행이 챙기는 이자 수익은 서민, 중산층 가계에 부담으로 전가된다. 경기 침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기업에는 심각한 타격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대출 연장시 은행내부규정을 앞세워 되레 금리를 올려받고 있는 실정이 문제다. 중소기업 대표 A씨는 “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만기 시점에서는 은행들이 상환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약점을 악용해 엄청난 고금리를 적용해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해당 은행을 또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책은행들은 또 ‘본점승인사항’이란 이유를 앞세우며 중도에도 대출금리를 올려받는 횡포도 서슴치않고 있다는 것이 지역 중소업계의 하소연이다.

금리 인하에도 대출이자가 증가한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는 기준금리 변동 때마다 예대마진 극대화를 꾀하는 은행의 영업 관행 때문이다. 이같은 후진적인 영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부는 은행들이 시장금리와 무관하게 대출금리를 높이는 일이 없는지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각 은행의 금리산정방식을 공개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가 소비와 국내 투자를 이끌고 수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포석은 은행들의 꼼수로 물거품이 되고 있다. 특히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출금리를 인상한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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