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을 지열발전 등 관련 기관이 사전에 인지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검찰이 첫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에서 촉발됐다는 올해 3월 정부조사가 발표된 후 8개월 만이다. 지진이 발생한 지는 2년째다. 포항지역사회는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희)는 5일 포항의 포항지열발전과 지열발전 주관사인 넥스지오, 대전 유성구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지층연구센터 등 4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포항지열발전과 넥스지오 등에서 지진 발생을 전후로 한 관측 기록과 함께 진동 계측시스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스지오가 만든 연구 컨소시엄에 참여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지층연구센터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넥스지오 등이 지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도 사업을 지속했는지, 지열발전 입지 선정 당시 활성단층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지열발전은 깊은 땅속의 높은 열을 보일러 삼아 물을 끓인 뒤 거기서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땅 위에서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면서 그 압력에 의해 작은 지진이 일어나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여러차례 있었다. 문제는 지열발전소를 세우고 운영하는 동안 그 단층대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번 검찰 조사에서 철저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민간 사업자로 건설에 참여한 업체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는지, 사업 참여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는지도 가려야 한다. 모든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드러나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와 관련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는 지난 3월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와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범대본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 10월 지열발전사업을 추진한 정부와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인당 1일 위자료 5000∼1만원을 청구했다. 1300명이 소송인단에 동참하고 있고, 소송 금액이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2017년 12월 발표한 포항지진 피해액은 546억1800만원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3천323억5000만원으로 추산했다.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지열발전소는 가동을 멈췄다. 하지만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시민들은 자연재해가 아닌 정부의 잘못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 포항시민은 진상 규명과 피해자 구제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일 집회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별법이 언제 제정될 지 하세월이다. 그래서 이번 검찰 조사에 포항시민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신속하고도 엄정한 검찰 조사가 진행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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