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가치 있는 포항 근대문화유산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져

▲ 구 포항영흥초등학교내에 있던 어린이헌장 비석
72년 역사의 구 포항중앙초등학교 내 어린이헌장 비석이 학교 철거과정에서 파괴돼 행방불명상태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존가치가 있는 포항의 역사적 상징물의 잇따른 철거에 시민들이 공분하고 있다.

1946년 4월 13일 포항 동빈동에서 1~4학년 9학급으로 개교한 포항중앙초는 2019년 현재 72회까지 총 1만7천718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포항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전성기인 1980년대에는 재학생 수가 2천여명이 넘을 정도로 번성했으나 이후 포항시청 이전 등과 겹쳐 육거리 등 도심 쇠락으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며, 이 자리에는 포항시 북구청 등이 들어설 예정이면서 2017년 6월 우현동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이 학교 내에 있던 어린이헌장 비석이 학교 철거과정에서 파괴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학교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장규열 한동대학교 교수는 “제가 2006년에 포항에 도착했을 적에, 저 '어린이헌장' 돌비를 발견하고는 얼마나 좋았었는지 모른다. 산업도시, 철강도시 이미지에 들리는 말씨마저 거칠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린이헌장 비석을 보면서 '이 도시에도 이런 따뜻한 정서가 살아있구나' 했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 비석의 정확한 설치 시기는 알 수 없지만 1946년 개교 이후 수년 내에 설치된 것으로 졸업생들은 기억하고 있으며, 당시 학생들과 시민들은 이 비석의 어린이헌장 글귀를 가슴에 새기며 꿈을 키우고 삶의 곤궁함을 이겨냈다고 전해진다.

이 학교 졸업생 이모(58)씨는 “교문을 들어서면 우뚝 서 있던 어린이헌장 비석에 새겨진 글귀를 가슴에 새기면서 어렵지만 청운의 꿈을 품고 공부했던 기억이 새록 새록하다”면서“졸업생은 물론 포항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던 포항 곳곳의 역사성 있는 시설물들이 마구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 이전 당시 이 비석을 이전학교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나 어린이헌장 문구가 많이 달라졌고 보존가치가 없다는 학교운영위원회 및 총동창회 등의 판단에 따라 철거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포항에서는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진 포항역사, 포항문화원, 일제가 패망직전까지 철도노선을 깔다가 중단했던 창포동 작은굴 등 근대문화유산들이 각종 개발에 깔려 흔적조차 사라지고 없는 부분에 대해 시민들의 비판이 드세다.

문화유적답사가 김상조씨는 “포항의 역사를 함께하고 지역민의 애환이 서려있던 근대문화유산이 개발논리 뒷전에서 당국의 무관심까지 가세하면서 마구 파괴되고 있는 데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한편, 구 중앙초등학교 건물은 현재는 철거되고 그 자리에 포항시가 포항형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북구청 및 청소년 문화의 집 등을 건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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