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규 사회2부 부장

개문읍도(開門揖盜)는 ‘삼국지(三國志) 손권전(四七孫權傳)편’에 나오는 말로써 자기 집 문을 활짝 열고 도둑을 공손히 절하며 맞아들인다는 뜻으로 긴박한 주위 사정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원해서 재난을 불러들이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이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캐치프레이즈가 ‘시작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다’였다.

지금 한국 사회는 내전(內戰)과도 같은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해묵은 진영싸움과 불공정 논란 등 20대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은 당연히 가졌어야할 권리를 뺐겼다는 약자의 '분노'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하루 하루 언론에서 나오는 조국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여러 가지 소회를 느끼고 있다. 특히 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그를 찌르는 칼날이 되었다는 것이다. 남에게 엄격했던 그의 잣대는 자신을 판단하는 시금석(試金石)으로 작용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어느 때부터인가 ‘잘되면 내 탓, 잘못되면 네 탓’이란 비뚤어진 의식이 고착화되어 버렸다. 남에 대한 배려와 나눔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나친 경쟁구조가 제 스스로 화(禍)를 불러들임을 비유하는 개문읍도(開門揖盜)를 생각나게 한다.

상주시의회에서는 A시의원의 음주운전 추태와 B시의원의 무허가 불법 건축물로 수십년간 영업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7월 제8대 상주시의회 개원 1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의정 성과를 평가하고 “시민들을 위한 전반기 의정 구호를 ‘언제나 시민 곁에 함께 뛰는 상주시의회’ 로 정하고 발로 뛰는 현장 의정, 시민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경청하는 소통 의정을 위해 진심을 담아 노력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시의원 본연의 역할은 멀리 하고 개인적인 치적이나 일부 자기 편의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혹은 선심성 사업추진이라는 오해를 불러오게 하는 등 시민들의 빈축만 사고 있다.

우리선조들은 자신의 이름이 고변으로 사건에 연루되면 즉시 사퇴의 상소를 올리고 사가로 돌아가 왕의 처결을 기다렸는데 요즘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은 자리의 보존을 위해 일단 버티면서 자신의 무고함을 내세우며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대부분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랄 것이다. 하루빨리 초심으로 돌아가 공정한 사회를 위해 진정한 시민의 대변인 역할을 다해 도둑을 공손히 절하며 맞아 스스로 재난을 불러들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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