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현재 선거구 획정 작업을 시작도 못 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을 몇 석으로 할지, 이를 시·도별로 어떻게 배분할지 등 선거구 획정에 필요한 기준이 정해져야 하지만, 여야는 현재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공방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늦어도 연말까지 선거법 개정안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선거구 수 등이 결정된 뒤에도 선거구획정위의 내부 토의, 현지 실사, 정당 의견 청취 등 획정 작업에 통상 두 달이 걸리고, 내달 17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예비 후보자는 자기가 출마할 선거구도 제대로 모른 채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결국 현역 의원들만 '프리미엄'을 누리고 피해를 보는 것은 정치 신인이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정치 신인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현역 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면서 “선거를 코 앞에 두고도 총선 전략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이 일부러 선거구 획정에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역 의원들도 '총선 90일 전까지는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는 선거법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의정 활동을 내세워 얼마든지 지역구민들을 만나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의 불확실성은 유능한 정치 신인의 진입을 더욱 어렵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후보자 선출도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이처럼 직무유기를 일삼다 보니,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독립성이 보장된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선거구 획정을 맡기자고 주장한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을 늦추는 배경에 기득권 지키기가 있다는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주목해야 한다.
대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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