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가 지난 2분기 29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가 분기 기준 적자를 낸 것은 1993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쇼핑도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0%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4조4047억원으로 5.8%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23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과 경기 침체 등이 실적 부진 요인으로 꼽히지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 역시 적잖은 타격을 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른바 ‘골목상권’ 보호 명분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출점 규제 등이 큰 타격을 입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살아난 것도 아니다. 집 밖을 나서면 보이던 동네슈퍼 수와 전통시장 점포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이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대형마트보다 작고 일반 동네 슈퍼마켓보다 큰 유통매장을 지칭한다. 매장면적 330㎡(약 100평) 이상, 3,000㎡(약 900평) 이하의 규모이며 식료품 중심 유통 매장으로, 할인점이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는 소규모 틈새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는다. SSM은 할인점에 비해 부지 소요 면적이 작고 출점 비용이 적게 들며 소규모 상권에도 입지가 가능하다. 대형마트와 달리 주거지에 가까이 위치하고, 영세슈퍼에 비해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는 점 때문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SSM으로 GS리테일의 ‘GS슈퍼마켓’, 롯데쇼핑의 ‘롯데슈퍼’,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신세계 이마트의 ‘이마트 에브리데이’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계열로 생각하는데 지역 중소규모 유통업체의 출점 확대가 골목상권 고사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들은 지역업체라는 이점을 활용, 출점에 따른 민원이 적고 각종 규제를 벗어나 있어 장사가 되는 곳이면 어디든 문을 연다. 포항의 한 유통업체의 경우 매장을 동 단위 곳곳에 개점하는 등 법망을 피한 거대 공룡점포로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 이 업체는 기존 양덕, 장성, 두호, 중앙점 및 물류센터에 이어 최근 양덕동에 신규점포를 신설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특히 기존 점포의 임대와 매매를 반복하면서 세금탈루 의혹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규제를 했더니 중소형마트가 골목상권을 파탄내고 있는 꼴이다.

행정당국은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다. 2010년 11월 24일부터 시행된 유통법은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를 전통산업 보존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이 구역은 SSM 등록을 제한하거나 입점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SSM을 규제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 지역업체가 인근 골목상권을 죽이는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곳은 지자체 뿐이기 때문이다. 골목상권은 서민경제를 대표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주택가 골목에서 야간에도 불을 밝히고 영업하는 소형 슈퍼마켓이 사라지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 아니라 지자체의 무관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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