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 시인

은빛 알갱이들 차르르 구르는
노을 타는 싸전마당 지나
덜커덩덜커덩 시월을 흔들며
레일 위 달리는 바람 떼를 본다
플랫폼 떠난 사연들 쟁여 싣고
노란 가을산맥으로 흘러드는 기적소리
먼 산 맴돌아 나오는 메아리도 붉다
무심히 바람 따라 나선 단풍 한 닢
세상 언저리 노오란 무늬로 남아
엽서 한 줄로 새겨지겠지

남겨진 것들은 흐름의 끝에서 그리움 저 편
푸른 가슴으로 여미겠지
아직도 머물러 있는 것들은 여물기 위해 비바람 앞에 서서
시린 시간을 견디고 있을 테지
떠난다는 것은 비어진 곳으로 향하는 삶의 지우개
아득히 멀어진 나로부터 조용히 닻을 내리고
덧없는 것들을 엄숙히 지워 가는 일,

시공의 뜨락을 차고 오르는
가을 달빛 머금은 시월의 열차는
노란 엽서 한 장 산마루에 걸어놓고
바람 찬 산하를 지나
알 수 없는 미지의 웜 홀 레일을 타고
푸른 은하강을 건너, 건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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