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훈 의성군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깨끗한 정치’라는 이 아름답고 영롱한 구호는 우리가 매우 오래 전부터 들어온 진부한 구호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유권자들은 새롭게 맞이하는 선거에서 새로운 후보자가 외치는 ‘깨끗한 정치’ 구호에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면서 마치 전에 보지 못한 새 정치를 만난 듯 다시금 희망을 걸어본다.

이렇듯 깨끗한 정치를 향한 염원에는 아마도 ‘더러웠을’ 현실 정치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를 단지 깨끗하다고 형용하는 것은 관념적으로만 이해될 뿐,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다만, 깨끗한 정치란 특정한 이념이나 사상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다만 정치의 과정이나 방법에 있어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는 투명성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다.

그리고 정치의 과정이나 방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정치자금의 취급이라고 할 수 있다. “돈 안들이고 되는 게 뭐가 있냐”는 누군가의 말씀처럼 만사의 가장 기본은 돈이다. 깨끗한 정치하면 “더러운 돈 만지지 않는 것”을 쉽게 떠올리듯,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취급하는 것은 분명 깨끗한 정치의 시작일 것이다.

‘정치자금’이라고 하면 으레 과거 차떼기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니 뭐니 하며 떠들썩했던 것이나 조용할 만하면 뉴스에서 때때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정치인들이 직을 상실했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대체 정치자금이 뭐기에 난리인 걸까. 정치자금은 말 그대로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소요하기 위하여 수입하고 지출하는 돈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는 각기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규정하여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정치자금의 사적 유용을 불허하는 것이나 회계보고 규정 준수, 기부 및 지출금액의 제한, 외국민 및 차명 후원제한 등을 볼 때 대동소이하다.

기본적으로 정치는 사회 구성원 다수의 이해관계를 좌우하는 공적인 의사결정과정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정치자금 또한 민주적으로 통제되어야만 한다.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경우 막대한 금력을 가진 소수의 정치적 협상력에 의해 정치적 의사결정이 좌우되는 이른바 ‘금권정치’가 나타나, 결과적으로는 소수의 사익을 사회 구성원 다수의 이익보다 우선시하게 되어 그 폐해가 막대하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자금은 ‘정치자금법’으로 규율되며, 국민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도록 정치자금법에서 규정하는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적법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유권자 다수가 소액으로 정치자금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후원하는 길도 마련해 두었다.

다수의 유권자에 의한 소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함으로써 유권자는 우리사회에 필요한 정책공약을 갖고도 정치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새로운 정치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정치인은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에 대한 갈증을 해결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건전한 정치자금 후원문화가 확산되면 주인의식을 갖춘 유권자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유도하고 과거부터 열망해온 깨끗한 정치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게 된다.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원회’에 직접 기부하는 것이다. 개인이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후원금은 연간 2천만원을 초과할 수 없고, 하나의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는 500만원(대통령선거의 경우 1천만원)이다. 단, 외국인 및 국내외 법인 또는 단체, 당원이 될 수 없는 공무원은 기부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후원금을 기탁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경우 당원이 될 수 없는 공무원도 할 수 있다. 이렇게 기탁한 정치후원금은 모금에 직접 소요된 경비를 제하고 지급 당시 국고보조금 비율에 맞춰 정당의 중앙당에 배분·지급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정치후원금센터 홈페이지(www.give.go.kr)로 접속하여 안내에 따르면 되며,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 심지어 카드 포인트로도 기부하니 놀랍지 아니한가.

지금 당신의 작은 날갯짓이 나중에 어떤 큰 변화로 다가올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관심 가진 많은 분들께서 깨끗한 정치를 위한 한걸음에 참여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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