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인적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여야의 중진급 전·현직 의원 2명이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에서는 현역 3선의 김세연 의원이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선언은 여권 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임종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로 대표되던 여권 내 386 정치인들에 대한 정리작업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386세대는 한때 우리 사회의 주축이었고 강력한 정치 세력으로 집단화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성 정치인 무리로 위상이 추락하면서 환골탈태를 요구받아온 터였다. 김세연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유한국당의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한국당을 해체하고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그의 이런 행보가 한국당의 변화를 가져 올지 관심거리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지금까지 초선의 이철희·표창원 의원을 제외하고 중진 중 공식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이 없었다. 한국당에서는 지난 5일 재선 김태흠 의원이 '영남권·강남 3구 중진의원 용퇴 및 험지 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후 초선·재선들의 쇄신 촉구가 잇따랐지만, 초선 유민봉·재선 김성찬 의원의 불출마 선언 외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던 상황였다. 임 전 실장과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여야 양쪽 진영의 '인적쇄신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총선 판도가 흔들리고 보수통합과 정계개편 등 정치권 핵심 이슈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임 전 실장의 총선 도전은 대권가도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쯤으로 여겨졌고, 김 의원의 경우에는 현재 부산지역 민심을 고려하면 4선 확보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이런 결정을 한 것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최근 내년 4·15 총선기획단을 각각 발족시켰다. 이전에 비해 2~3달 가량 일찍 총선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조국 정국’으로 내상을 입은 민주당은 조기 총선 체제 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한국당은 보수 통합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인적쇄신’이다. 그 여부가 총선 성패를 가름할 것이란 점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도 대대적인 ‘물갈이’를 공언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효과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제20대 국회는 현재의 구성원들 자신도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수준 이하였다. 그런데도 현역 의원들의 자발적 사퇴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내년 4월 총선을 거치며 구성될 21대 국회는 무언가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 마침 임종석, 김세연 두 여야 중견 정치인의 불출마 선언은 새 정치를 향한 큰 물줄기를 형성했다고 평가할 만 하다. 이들 정치인의 결심이 여야 정치권 인적쇄신의 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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