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울산남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주무관

얼마전 어린아이와 단어 맞추기 게임을 한 적이 있다. 그러던 중 어린아이가 하는 말이 '빨강'은 좋은 말이고, '검정'은 안좋은 말이라고 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에서 주인공이 빨강색 옷을 입고, 악당은 검정색 옷을 입어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가 쓰는 말이나 단어에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있고, 그 반대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정치자금'이라는 단어는 어떤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은거 같다. 사실, '정치자금'이라는 단어는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제공되거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뜻하는 것으로 긍정이나 부정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는 아니다. 정치세력들간의 지나친 갈등, 정치인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정경유착 등이 '정치자금'을 부정적인 단어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사무실 운영비, 사무원 인건비 등 경상적인 경비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여론을 수렴하고, 자료와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정책개발을 위한 활동비가 필요하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치인일수록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국가나 정당에서 일부 보조금을 지원받는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수많은 현안을 해결하고 정치활동을 하기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정치인들이 제대로 일하고, 열정적으로 주민을 위해서 일하기를 바란다면, 정치자금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정치자금은 '정치후원금'제도를 통해서 후원회에 직접 기부하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는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기부할 수 있다. 특히,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에 따라 각 정당에 지급되는 기탁금은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각급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치자금 기부촉진을 위한 홍보의무가 신설된 2005년에 20억3,000여만원의 기탁금이 모금되었고, 한때는 해마다 조금씩 증가해 2013년에는 107억정도의 기탁금이 기부됐다.

그러나 그 후로 2014년에 44억4,000여만원, 2016년에 41억9,000여만원, 2018년에는 20억5,000여만원으로 점차 기탁금 모금액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기탁금 모금액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정치자금'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오는 거부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자금은 나쁜 돈'이라는 편견과 선입견이 정치자금 기부를 주저하게 한다. 서두에서 필자의 어린아이는 '검정'을 나쁜 단어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의 옷 색깔이 '검정'이라면, 분명히 아이는 '검정'이 좋고, 멋진 단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를 위해서는 당연한 필수요소인 '정치자금'이 긍정적인 단어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 함께 노력해야한다. 정치인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그 사용을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 정치자금의 흐름에 한 치의 의구심도 없게 해야 할 것이고, 유권자는 정치인들이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 기부로 뒷받침하고, 정치자금 사용에 대해 철저히 감시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삐걱거리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겪고 있지만, 조금씩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더욱더 정치가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정치자금' 후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보다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자금'으로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이미지의 단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그런 정치자금 후원으로 멋진 대한민국의 정치가 꽃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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