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장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2022년까지 3대 분야 (자살, 교통, 산재) 사망자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하여, 각종 재난과 사고에 대한 근원적 대책을 강구하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상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산업재해는 나와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의 얘기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만 하더라도 약 1천명 가까운 우리의 부모, 형제, 자녀들이 산업현장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고, 약 9만 여명이 사고로 인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여 행복을 꿈꾸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산업재해로 인해 연간 약 10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되는 그야말로 총칼 없는 삶의 전쟁터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산업 현장의 현 주소이다.

우리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포항을 비롯한 경주, 울진, 영덕, 울릉군 등 경북 동부지역도 많은 근로자가 일터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거나 다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10월까지 26명이 사망하였고, 약 1,233명이 산업재해로 부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북 동부지역 소재 사업장의 경우 약 90%가 근로자수 50인 미만이거나 공사금액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이 대부분이어서 안전과 보건에 관한 투자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임금 수준도 낮고 근무환경이 열악하여 취업을 기피하는 소위 3D업종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층 구직자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들은 소위 비정규직, 고령,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월 영덕의 수산물 가공업체의 밀폐공간인 오폐수시설인 집수조에서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질식으로 숨지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안전 문제도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다. 특히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취업사실이 적발될 경우 위법문제로 인하여 강제출국을 당한 우려 등이 있어 안전보건에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고 더욱이 이러한 실태파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안전교육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 감독을 통한 보호가 취약한 실정이다.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투자는 고사하고 근로자들에게 안전보건에 관련된 교육을 시킬 여유마저 가질 수 없는 형편으로 산업재해 위험으로부터 취약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으니 어쩌면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 된다.

경영자들과의 대화를 나눠 보면 조금씩 안전경영에 관심을 보이는 등 변화가 확인되고 있지만, 아직도 안전을 생산의 부속물로 생각하고, 안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라기 보다는 ‘손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고 경영자의 안전보건 의지와 실천이 있다고 해서 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 ‘복잡한 조작을 생략하고, 작업효율을 저해하는 안전장치를 제거하며, 움직이고 있는 기계를 정지시키지 않고 청소나 정비’하는 등의 재해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이는 단순한 것을 추구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습성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재해 불감증에 대해 사업주는 교육을 통해 안전 우선주의 의식을 심어 주어 스스로 재해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는 비교적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안전보건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지만 영세 소규모 사업의 경우 ‘교육시킬 줄도 모르고 시간도 없다, 당장 생산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난색을 표한다.

그렇다고 당장 경영자에게 안전보건 시설 개선을 강제하거나 근로자들에게 안전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만 국제적으로 산업안전 문제가 윤리·사회적 책임을 넘어 비즈니스 성공을 보장하는 조건 중 하나로 인식되는 추세이며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근로복지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복지임을 경영자가 자각하고, 이에 따른 안전보건경영에 근로자가 동조하는 등 상호 신뢰와 자신의 일에 대한 책임감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산업현장이 재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산업재해는 인재(人災)다. ‘출근할 때 모습 그대로 퇴근하는 것’은 모든 근로자와 가족의 소박한 꿈이지만 이 소박한 꿈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의 안전경영 의지와 근로자들의 안전준수 실천만이 이 소박한 꿈을 보장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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