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기사들도 단체교섭이나 파업 등 '노동 삼권' 행사가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서정현 재판장)는 손오공과 친구넷 등 대리운전업체 2곳이 부산 대리운전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대리업체 2곳은 부산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업을 하는 곳으로 대리운전 접수·기사 배정에 필요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대리기사들이 이들 업체와 사실상 '사용종속관계'에 있고, 근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이나 기타 수입을 받고 생활하고 있어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법원 판결도 최근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택배기사는 개별 사업자라며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CJ대한통운 대리점들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노조가 합법이라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플랫폼이란 컴퓨터 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특정 프로세서 모델과 하나의 컴퓨터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는 운영체제를 말한다. 플랫폼 노동자란 특정 플랫폼에 소속돼 노동을 제공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배달 서비스, 대리운전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플랫폼 산업의 급성장으로 국내의 관련 종사자는 50만명을 웃돈다. 민주노총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3.7시간(대기·식사시간 포함) 일하지만, 월평균 순수입은 165만원에 불과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법원 판결은 열악한 환경의 대리운전기사·택배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권에 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택배기사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아니어서 이들이 연차수당, 산재보상 등 직접적인 처우 문제를 제기할 법적 권리는 여전히 없다. 노동조합법으로는 근로자이면서 근로기준법으로는 근로자가 아닌 애매한 위치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IT 기술의 발전으로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많이 출시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노동을 제공하고 거기에 따른 대가를 받는 고용형태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권 보호는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정책과 법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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