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우리가 흔히 중국에 여행을 갈 때, 혹은 중국측과의 사업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때 ‘중국에 간다’라고 말하곤 한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중국이 워낙 넓기 때문에 그런 표현은 모호할 때가 적지 않다.
필자가 중국에 연수차 베이징에 머물 때 겪은 일화 중의 하나를 소개해본다. 한 친구가 며칠 후 중국 상하이 인근 지방으로 출장을 오는 일정을 언급하면서 ‘(그 날)저녁에 상하이로 오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중국에서 고생(?)하는 필자와 오랜만에 우정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지만 필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는 약 1,300km, 지금은 KTX 와 같은 중국 고속열차를 타고 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당시는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특급열차를 타더라도 10시간 정도는 걸리는 거리였다.
중국이 얼마나 넓고 큰지 가늠이 되지 않았던 친구 입장에서는 한국에서처럼 미리 일정을 알려주고 만나자는 제안을 한 셈이다. 우리는 결국 그 날 만나지 못했다.

중국은 14억이 넘는 세계 제1의 ‘인구대국’이자 국토면적으로도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있는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캐나다, 미국에 버금가는 9억 6천만 1,040㎢의 국토를 보유한 ‘대국’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96배에 이르는 국토면적을 갖고 있으며 1개 성(省)의 면적만 해도 평균 우리나라 면적의 1.5배 이상이다. 인구가 5천만 명이 넘은 성(省)이 10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산둥성(山東省)의 면적은 우리의 1.5배, 인구수는 두 배에 육박하는 9천579만여명이다. 인구와 면적이 ‘국가급’인 23개의 성(省), 소수민족 중심의 성급의 ‘자치구’ 5개,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 충칭 등 4곳의 직할시, 홍콩과 마카오 등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유지하고 있는 2개 특별행정구 등 총 34개 성·시·자치구·특별행정구로 이뤄진 사실상의 ‘연방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중국이 아니라 34개의 각기 다른 중국이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이 영도하는 중앙집권 국가지만 이같은 성·시·자치구·특별행정구 제도를 감안하면, 미국과 같은 ‘차이나 합중국’(United states of CHINA)으로 인식하는 것이 오히려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인구규모나 면적이 국가급에 이르는 성·시·자치구마다 독특한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어서 같은‘중국인’이지만 다소 다른 특성과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베이징 사람들이 중국의 수도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은연중에 타지인을 ‘촌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농후하다면 상하이는 경제수도답게 오히려 베이징사람을 투박하다고 무시하기도 한다. 상하이와 인접한 저장성(浙江)사람들 역시 상인(商人)기질이 충만해서 아주 어려서부터 공부보다 장사에 뛰어들어 부자가 되는 것을 최고로 친다.

서울시의 인구가 1천만 명을 오르내리고 있는데 중국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도시는 서부내륙의 중심인 충칭(重庆)으로 무려 2,884만명(2015년 기준)이 모여 산다. 충칭을 둘러싸고 있는 쓰촨(四川)성의 8,042만 명을 합치면 무려 1억 1천만 명이나 된다.
인구 1천만 명, 즉 서울시만한 인구규모를 가진 도시는 중국에서는 10여개가 넘을 정도로 흔하디 흔하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등록인구는 2천만 명을 훌쩍 넘고, 톈진시는 1,293만,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sms 1,404만, 광둥(广东)성의 광저우(广州)가 1,270만, 허베이(河北)성의 바오딩(保定)이 1,119만, 장쑤(江苏)성의 제2도시 쑤저우(苏州)가 1035만, 하얼빈, 선전, 난양 스좌장 린이 등도 인구 1천만이 넘는 도시군에 속한다. 그러나 성마다, 도시마다 다양한 문화적 전통이 살아있어 지역마다 소비성향이 다르다. 따라서 14억 중국인을 겨냥한 하나의 마케팅 전략은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이들 중국 대도시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항공 등의 도로와 철도 등의 인프라로 이중삼중으로 연결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하나의 중국’은 중화주의 깃발아래 정치적 통합을 추구하는 중국공산당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정부는 34개 하나의 중국은 중화주의의 깃발아래 정치적 통합을 추구하는 중국공산당의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중국에 갈 때는 중국에 간다가 아니라 중국 베이징에 간다, 상하이에 간다, 충칭에 간다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중국을 더 이상 과거의 중국으로 만만하게 봐서도, ‘중국과 중국인은 이러이러하다’는 일반화는 ‘신중국’을 이해하는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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