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세계는 지금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올 해 기록적으로 많이 발생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한 가을 태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기상이변이 올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우리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발전했다. 세계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로 수소에너지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도 올해 초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포항경제는 잘 알다시피 근래 들어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철강 산업으로 인해 지역의 주력업종인 포항 철강 산업이 위협받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의 보호무역강화는 이러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하루빨리 찾는 것은 너무나 절실한 과제다. 수소 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기업과 에너지기업이 2017년 세계경제포럼 기간에 설립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2050년 세계 수소경제 규모가 2조5천억 달러(약 2,760억 원)에 이르고, 에너지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비중도 18%, 3천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수소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다가올 수소경제 시대에서 포항이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비하는 장기 비전과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전략이 필요하다. 포항은 지난 2014년 ‘포항수소연료전지타운 조성사업’이 사업추진 절차 상 문제로 인해 좌초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소경제가 포항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역에 최적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다행히 포항은 수소산업 육성에 유리한 면이 많다. 포항은 수년간 ‘산업의 쌀’인 철강을 공급한 경험이 있고, 각종 첨단 소재 개발에도 용이한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아울러 우수한 인재들이 포진하고 있는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기술연구원이 있다. 이외에도 한동대학교,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포항테크노파크, 가속기연구소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뛰어난 연구개발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국내 수소도시 선두주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울산이 배후에 있으며, 수소차 부품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동차부품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경주도 지척에 있다.

수소 산업이 지역에 토대를 마련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장기적인 시계에서 비전·전략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하자. 머지않아 수소 산업이 포항의 핵심 산업이 될 날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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