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14억의 인구를 가진 G2 경제대국. 그러나 중국이 아직도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한 두 가지 분야가 있다면 축구와 자동차라고 한다. 그 중에서 축구에 대해서는 ‘축구광’으로 알려진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1년 부주석 시절 월드컵 자력진출과 월드컵 중국 개최 및 월드컵 우승이라는 세 가지 ‘중국몽’을 제시한 이후 ‘축구개혁’프로젝트를 가동시키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자력으로 진출하는 것이 첫 번 째 시 주석과 중국인민의 꿈이지만 성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반면 중국의 자동차 선진국 꿈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부를 축적한 중국시장은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시장이 된 지 20여년이 넘었다. 그래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는 모조리 중국에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게다가 합작사가 아닌 중국산 토종브랜드의 중국자동차 메이커들의 성장세도 놀랍다.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가 무려 70여개에 이른다. 기껏해야 현대·기아차에 GM쉐보레, 쌍용, 삼성 등이 고작인데 비하면 중국은 가히 ‘자동차강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2000년대 초반 난징(南京) 공장을 시작으로 베이징에서 합작사를 통해 본격 중국진출한 현대자동차가 중국내 4곳의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대대적으로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 한 때 5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중국 토종브랜드의 성장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2010년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중국 토종 자동차 회사 ‘지리’(吉利,Geely)는 2018년 2월 벤츠자동차의 모기업인 다임러 그룹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볼보’에 이어 최고급자동차의 상징인 ‘벤츠’까지 중국기업에 넘어간 것이다. 볼보와 벤츠 외의 다른 글로벌 지동차브랜드가 중국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지리자동차’는 중국내 자동차 판매량에서도 ‘상하이따중’(上海大众,상하이차와 폭스바겐과의 합작), 이치따중(一汽大众,이치자동차와 폭스바겐 합작사), 상하이통용(上海通用,상하이차와 GM합작)등에 이어 4위에 올랐다. 합작브랜드를 제외한 토종브랜드로는 중국내 최고수준에 오른 것이다.

중국산 자동차는 그동안 ‘중국산’이라는 저가 이미지와 자동차브랜드로는 약한 인지도, 및 사회주의국가 특유의 서비스마인드 부족 등으로 자동차나 고급가전제품 등에 있어서는 글로벌시장 공략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샤오미(小米)같은 휴대폰과 소형가전 등을 제조하는 업체가 ‘가성비’를 무기로 국내소비자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각광을 받기는 했다. 그러나 오래된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는 물론이고 IT 등 첨단산업이 총집결되는 자동차 등에서 중국이 자동차 선진국을 따라잡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차세대자동차인 전기차분야에서는 미국의 테슬라 자동차가 여전히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중국차가 테슬라를 위협하면서 세계 전기차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당장 중국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퓨쳐모빌리티가 GM이 철수한 군산 생산기지를 인수, 전기차를 양산하면서 국내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퓨쳐모빌리티의 전기차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현대차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전기차시장부터 공략당할 수도 있다. 이 회사는 중국 최대 IT업체인 위챗의 ‘텐센트’ 그룹과 애플 아이폰 생산기업인 타이완의 ‘폭스콘’이 손을 잡았다.

이미 국내자동차 시장은 중국산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지리차가 인수한 볼보는 SUV S90을 국내에 런칭, 판매하고 있는데 이 모델은 전량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국내에서 1천여대가 팔렸다. 다음 주자는 중국산 토종 SUV다. 중국 '뚱펑(東風)자동차'(DFSK)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SUV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고 ‘지리’자동차는 전기상용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과 성능 그리고 서비스망까지 갖춘다면 국내 완성차 업계로서는 기존 수입차의 공세와 가성비까지 갖춘 중국차까지 가세하는 사면초가 국면에 빠질 수도 있다.
중국산 ‘홍치’(紅旗) 자동차가 ‘마흐바흐’나 ‘벤틀리’를 누르고 최고급 세단의 대명사로 등극할 날도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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