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포항북부소방서장

▲ 아상무 포항북부소방서장
▲ 3명의 생명을 구한 감지기

이번 주는 가을을 보내기 아쉬워하는 비가 자주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바람이 거세지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겨울이 시작된다. 지금부터 전국의 소방관서에서는 화재를 예방하고 대형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해지는 시기이다.

겨울철에는 화재 건수도 많고 인명피해가 큰 화재가 많이 발생했다. 2017년 12월의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지난 해 1월 경남 밀양 요양병원 화재가 그러하다. 그러나 소방청 국가화재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 중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 장소는 스포츠센터나 요양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이 아니라 주택이었다.

주택 화재는 전체 화재 중 19%를 차지하지만, 화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절반에 달한다. 주택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주택화재 예방과 초기에 대피하고 진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주택화재의 주된 원인은 화목보일러, 전기매트 등 난방기구의 관리 및 사용 부주의, 음식물 조리 부주의 등이다. 따라서 전기, 가스 등 난방기구의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사전에 위험 요인을 제거하여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 답은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를 말한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연기를 감지해 사이렌을 울리고 음성으로 대피를 유도하는 장치이다. 소화기는 불을 끄는 기구로서 화재발생 초기에 잘 사용하면 소방차 한 대 만큼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처럼 주택용 소방시설은 불이 났을 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구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례를 보면, 올 해 3월경 포항시 북구 양학동 A아파트에서 불이 났는데 주민들이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면서 동시에 소화기로 불을 꺼 큰 화재를 막았다.

이러한 사례는 선진 외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10년 전 미국 오클라호마주 킹피셔카운티 소방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소방서 벽 정면에 ‘This Smoke Detector Saved Three Lives On 3/6/00’라는 문구와 함께 고열에 녹아내린 단독경보형 화재감지기가 걸려 있었다. 20년 전 미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손바닥만 한 소방기구가 화재를 알려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것이다.

이처럼 주택용 소방시설은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2018년 기준 전국의 설치율이 49%에 그치고 있다.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 소방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힘쓰는 한편 포항북부소방서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설치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홀몸 어르신, 한 부모 자녀 등 재난취약 계층에 포항시, 소방행정자문단, 소방안전협의회, 이통장협의희 등 사회단체와 협력하여 주택용 소방시설을 우선 보급하고 있다. 일반 주택에 대해서는 설치여부를 조사하고 빠른 시일 내 갖추도록 설득하고 있다.

아울러 소방관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지역 11곳을 ‘화재 없는 안전마을’로 지정하고 주민 스스로 화재를 예방하고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하고 있다.

소방시설법 제8조에 따라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법적인 의무사항이다. 그러나 법을 떠나 나와 가족, 이웃의 안전을 위해 ‘주택용 소방시설’을 꼭 갖추자. 이번 겨울은 화재로 안타까운 생명을 잃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실천해 보자. 그리고 제일 중요한 약속 “불나면 대피 먼저, 신고는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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