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개혁개방(改革开放) 40년. ‘신중국’ 건국 70주년.
중국은 경제대국을 넘어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강대국’의 위상을 확보했다. 대기근사태와 문화대혁명 등을 거치면서, ‘원바오’(温饱. 의식주)가 최고의 목표였던 중국으로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을 이뤄낸 것이다.
개혁개방 초기, 농민공들이 화교자본이 집중 투자된 션전(深圳)에 몰려가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주지 않았다면 ‘세계의 공장’ 중국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개혁개방초기 1980년대 중국의 도시화는 10%도 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 때까지 ‘후커우’(户口)제도는 농민들의 도시이주를 막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주도시의 후커우가 없는 농민은 이주한 도시에서 의료 교육 등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도 농민들은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개혁개방이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연해도시들이 속속 공업기지로 변했고 그들은 값싼 대량의 노동인구를 필요로 했다. 생산효율을 중시하게 된 국유기업들도 값싼 노동력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게 된다. ‘농민공’이 본격 출현하게 된 것이다.

농민공은 한마디로 ‘농촌에서 이주한 도시노동자’를 통칭하는 용어다. 그들은 원래 농촌에 거주하던 ‘농민’(农民) 후커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하층노동자를 의미하는 ‘민공’(民工)과 합쳐져서 ‘농민공’(农民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들 농민공들의 피와 땀이 지금의 경제대국 중국의 밑거름이 됐다. 그들은 경제성장에 따른 의료와 교육 등 국가적 혜택에서는 여전히 소외되고 있지만 노동력 제공을 통해 부를 축적, 새로운 계층으로 상승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을 함께 했다고 할 수 있다.
개혁개방초기의 농민공을 1세대라고 한다면 80년대 이후 태어나 농민공이 되거나 1세대 농민공의 자식들로 도시에서 살지만 농촌후커우를 가진 노동자를 2세대 농민공이라고 부른다.

중국국가통계국은 매년 ‘농민공조사보고서’를 통해 농민공문제에 대한 자료를 제시한다. 국가통계국의 농민공은 ‘후커우(호적)이 농촌에 있고 본적지에서 농업이외의 분야에 종사하거나 외지에서 6개월 이상 일한 노동자’라고 정의한다. 1세대와 2세대 농민공의 비율은 각각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고 총 농민공 숫자는 2억9천여만 명으로 3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약 3,300위안(한화 약 55만원)으로 부부가 모두 도시로 이주한 경우 가구당 6,600위안 정도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방정부에 따라 농민공에 대한 교육과 의료혜택을 확대하고 후커우제도를 개선, 일정기간 이상 도시에 거주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후커우(호적)를 주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농민공들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에서 제대로 된 의료혜택과 주거지원 및 교육혜택을 포기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농민공의 자식들은 농촌 학교에 남아서 학교를 다니거나 부모와 함께 도시로 이주했을 경우에는 농민공자녀들을 위한 ‘도시야학’에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농민공은 개혁개방 40주년이 된 중국경제의 그림자다. 농민공의 희생이 없었다면 중국경제는 지금처럼 고속성장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농민공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고 있고 그들의 생활은 과거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도시외곽에 빈민촌을 형성해 살고 있고 운좋은 몇몇 사람은 벼락부자(폭발호)가 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한 악화되는 중국경제의 대외환경은 농민공을 도시에서도, 농촌에서도 적응할 수 없는 골칫거리로 만들고 있다.
10%대의 고도성장을 하던 중국경제는 이제 7%에서 6%대 성장률도 고수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장률이 1%만 떨어져도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중국경제의 어두운 그림자인 농민공의 생활이 불안정해지면 중국사회 불안의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의 창궐은 중국 라오바이싱(老百姓)의 물가를 흔들고 있다. 중국인 누구나 즐겨먹는, 필수 먹거리 돼지고기 가격이 두 배이상 뛰어올랐고 서민물가 상승은 농민공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일자리를 잃은 농민공들은 귀향에 나서지만 땅 한평 없는 농촌에서 그들을 반겨줄리 없다. 매년 전인대를 앞두고 중국지도부는 농민공에 대한 포상 등 다양한 ‘당근첵’을 발표하지만 농민공의 미래는 암울해지고 있고, 중국사회의 불안요소는 해소될 기미가 없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