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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읽는 세상]아버지들에게 바치는 바다의 위로 과메기
   
   
   
아버지는 거센 파도치는 바다로 나아가는 선원이 되었다. 푸른 지느러미 싱싱한 청어 떼를 쫓으며 아버지도 청어가 되어갔다. 먹이를 찾아 온 바다를 떠도는 청어. 유유히 북극으로 유영하는 고래의 꿈은 가시로만 몸속에서 수없이 자라난 가난한 아버지였다. 꿈틀대던 바다도, 꿈의 비늘도 스러져 내리고 찬 겨울 해풍에 꾸득꾸득 말라버린 몸. 다시는 고래의 꿈도 북태평양의 유영도 꿈꾸지 못하리라.

세상의 바다를 하루도 쉬지 않고 헤엄쳐 나아가는 아버지들의 피로를 푸는 술잔에 바다가 바치는 위로가 있는 저녁. 작업복에 허옇게 묻은 먼지 같은 고단함을 달래려 둘러앉은 식탁위에는 꿈의 마법을 일으키는 소주와 과메기 한 접시가 푸른 파도소리를 내며 앉아있다. 조여 맨 신발 끈을 느슨하게 풀며 아버지들은 잠시 북태평양을, 고래의 꿈을 꾼다.

아버지들은 목을 죄는 넥타이와 구두를 벗어던지고, 낡은 작업복은 벗어두고 하룻밤, 태평양의 큰 바다로 돌아갔을 것이다. 육중한 몸을 흔들며 큰 꼬리로 짙푸른 파도를 가르며 유유히 유영하고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재빠른 손이 다듬은 과메기들은 바다의 해풍을 쐬며 몸을 만들어간다. 어머니는 그 과메기를 너른 바다 앞에 내건다. 그리고 푸른 청어를 쫓으며 고래의 꿈을 꾸던 아버지들의 꿈을 위하여 한사발의 정화수를 올린다. 그 과메기 속에는 파도가 살고, 아버지 꿈속의 늙은 고래가 살고, 어여쁜 자식들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지친 발걸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올 아들들과 딸들을 위해 대나무로 촘촘히 꽂은 과메기를 말린다. 빌딩 숲 속의 칼바람을 맞으며 어깨를 움츠리고 걷고 있을 자식들을 위해 대숲을 지나는 고요한 바람을 걷어 들여 자식들에게 먹이려한다. 멀리 골목길을 돌아오는 아이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글/이을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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