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건희 시인

불은 솥바닥에 꿈틀댄다
잠에 풀어진 얼굴을 비비던 새벽
찹쌀이 허옇게 구불댄다
잘 말라 볼이 패인 대추
비바람찬 세상의 모서리를
건너온 그녀를 구겨 넣는다

공처럼 볼록한 배를 가르고 솥에 넣는다
쉭쉭 소리를 내는 솥에게 다가가 숨을 멈췄다
오골계의 울음소리가 주방을 휘 감는다
발가락을 버둥대며 웅크린 그녀

가벼워진다는 건 자기를 벗는 일
질긴 겉껍질을 버려야
속살이 나온다
동그랗게 웅크린 검은 몸을 해체한다
갈비뼈와 다리가 흩어져 찹쌀과 섞였다
솥뚜껑을 덮고 다시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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