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호 울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화는 20년 전 21세기가 시작되면서 가장 크게 떠 오른 화두였다. 문화는 지역의 내재된 가치를 살려 새로운기술을 접목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가가치들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도시의 자원과 결합함으로써 도시를 지탱하고 발전시켜 나갈 요소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논리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히려 더 강조되고 있다. 지역 문화가 가진 속성은 여전히 유용성이 인정되며 정책에 어떻게 접목하는가에 따라서는 도시의 미래 방향을 결정짓기도 한다. 개인의 생활에서도 물질만으로 충족될 수 없는 요소를 제공해 삶의 풍요로움을 이끄는 제1의 요소라는 점은 이제 일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역 문화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이끌게 된다. 한 도시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쳐 누구나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며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풍부한 나름의 문화가 존재해야 한다. 가치관, 사고 방식, 생활 양식이 녹아 있는 문화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고 다른 지역의 문화와는 다른 컨텐츠를 구성하게 된다.

문화컨텐츠는 문화자원의 활용으로 인한 생산과 관련되어 있다. 문화자원은 사람, 시설, 프로그램을 포함한다. 그리고 이를 조합하고 활용하는 것을 정책으로 삼을 때 올바른 문화정책이 되고 문화자원이 활발하게 제 기능을 다할 때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구성 요소의 조화라는 것은 어느 한 기관 내지 공적 요소의 일방적 공급은 지양돼야 한다. 공적 기관의 역할은 사람과 시설, 그리고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톱니처럼 물려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문화시설을 많이 만들어 공급하게 되면 시민인 수요자가 이용하게 될 것이란 논리가 어느 정도 통용됐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이러한 공급위주의 일방 정책은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적절한 수요가 반영되지 않은 과다한 공급은 자칫 유휴시설을 만들게 되고 운영 비용만 증가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인적 문화자원과 프로그램 자원이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 된다. 인적 문화자원은 주로 민간에 널리 퍼져 있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조각과 회화와 같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각종 요소들에 대해 서로 같은 뜻을 가져 동아리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인적 문화자원이다. 그리고 사람들로 구성된 인적 문화자원들은 그 자체가 바로 공급자이자 소비자가 되기도 한다. 프로그램 자원은 바로 인적 문화자원들을 바탕으로 생산되고 공유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문화의 수요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로 구성된 문화 동아리들이 있고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에 필요한 시설을 어디서 구하거나 이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면 새로운 시설들에 대한 요구를 공적 차원에서 제공하게 된다. 아니면 민간차원에서 시설을 대여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시설을 짓거나 리모델링하지 않고도 기존 시설을 대여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이것이 적절한 문화시설 공급 방식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설들에 대한 운영은 바로 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방안을 내도록 하면 공적 부분은 일종의 중개자 역할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동아리들이 어디에 존재하고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으며 이를 공급할 시설들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지원이 무엇인지 함께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수요자 내지 소비자 스스로 프로그램들을 확산시켜 나가도록 하는 것은 결국 민간 부문의 활용이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하다. 프로그램 사용자가 많을수록 그 가치는 증가하며 도시도 지속가능성을 갖게 된다. 모바일과의 결합을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아이템을 공유하게 되면 확산 효과로 인해 문화 상품으로 기능할 수 있고 나아가 유·무형의 지역 문화상품으로도 발전할 수도 있게 된다. 이렇게 문화 도시 발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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