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혹자는 묻는다. 도시의 노동자나 빈민들이 많은데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왜 농촌 농민들에게 농민기본소득을 줘야 하는가. 물론 이런 질문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의 농촌은 농민들이 농사를 지어서는 먹고 살수가 없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면 폐농을 해야 하고 이농을 해야 한다. 결국 농촌을 떠나서 도시난민이나 도시빈민으로 전락해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결과적으로 농민의 이농은 농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의 문제로 확전된다.

우리나라가 70~80년대 산업화, 공업화, 도시화로 서울은 1천만명의 난민들이 모여들었다. 국민의 절반이상이 수도권에 모여들면서 지금까지 심각한 도시화의 구조적인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가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면 도시빈민으로 전락한 노동자나 도시난민들은 농촌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농민기본소득은 도시민으로 하여금 그동안 망설였던 그리운 귀향, 그리운 고향산천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도시인구를 농촌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농촌의 농가소득은 널뛰기식 소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해는 소득이 좋고 다음 해는 소득이 나빠서는 안 된다. 지금의 농촌의 현실은 농사가 하나의 투기가 되어버렸다. 농가소득은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되어야한다. 농촌의 소득이 자연 여건이나 시대적 상황에 휘둘러져서는 안 된다. 농사는 정직한 직업이다. 농부들이 땀을 흘리고 힘들게 농사를 지은 만큼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농업이 돈만 쫓는 산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몇몇 사람만 부를 누려서는 곤란하다. 농촌에서 ‘상업농’ ‘기업농’ ‘수출농’ 등으로 소수의 사람만 억대 부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 농촌에 사는 농민들이 골고루 잘사는 농업 정책이 나와야 한다. 농촌도 이제는 사람 사는 세상, 함께 더불어 사는 농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농정의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1954년부터 농민기본소득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일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지 않는다. 농촌에서도 얼마든지 사람답게 살 수 있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독일·스위스 등은 농촌 문화 및 경관 보존 명목의 직불금으로 농가 소득의 50%~90%까지 정부가 보전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는 농민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다. ‘농민도 일반 국민과 동등한 소득과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유하며 국가의 균형 발전에 동참한다’ ‘국민에게 질 좋고 건강한 농산물을 착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국제농업 및 세계 식량 문제에 기여한다’ ‘자연과 농촌의 문화경관을 보존하며 다양한 동식물들을 보호한다’ 는 등의 녹색계획의 4대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이렇게 유럽의 선진국은 농민들에게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소득원을 국가가 보장해준다. 즉 ‘공익 농민기본소득’ 같은 정책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초 농업직불제라는 것이 도입되었는데 요식적이고 실효성과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농민에게 지급되는 직불금 제도가 시장 개방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분을 보전하는 것인데 대농·부농 지원에 편향되는 등 구조적·제도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지자체 차원에서 선거를 의식해서 특별히 챙겨주는 시혜적, 정치적 목적의 성격을 띠어서는 안 된다. 농업은 국가기간산업이다. 농업이 망하면 국가의 기반 전체가 흔들린다. 농업은 국가 식량의 전초기지이자 생명의 창고이다. 농민은 국가의 공익요원이다. 따라서 국가가 농민에게 기본급을 지급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가가 농민에게 지급하는 농민 기본 소득은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이 세워져야 하며 동시에 부부가 동시에 지급 받는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 충분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중국 ‘한서(漢書)’ 문제기(文帝記) 조서(詔書)에 농사에 대해서 말하길 “농자천하지대본 민소지이생야(農者天下之大本也 民所恃以生也)"라고 했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농사는 하늘 아래에서 가장 큰 근본적인 일이며 백성들은 이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 둘째는 농사는 시간의 흐름과 24절기를 잘 알아야 기후와 절기에 맞춰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농민기본소득은 국가가 농촌, 농업, 농민을 살리는 길이다. 국가가 사명감을 가지고 농촌, 농민, 농업이 처한 현실을 인식하고 농민의 현실을 적절하게 대처 할 수 있는 농민기본소득 정책을 현실화해야 한다. 농민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민은 농민의 생존권을 지켜 줄 때 이 나라는 진정한 복지국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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