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흔히들 우리는 중국을 ‘짝퉁’제품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제품들을 베낀 제품들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제조기지이자 중국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짝퉁제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시장이 있을 정도로 짝퉁제품들이 넘친다.
짝퉁은 중국에서 '찌아마오’(假冒, 가짜상품), ‘마오파이훠’(冒牌货)라고 하거나, ‘산자이’(山寨)라고 부르는데, 원래 산자이는 ‘산적소굴’이라는 뜻이다. 산적들이 은거하고 있는 산채라는 의미가 가짜명품을 대량생산해내는 소굴로 의미가 확장된 것이다. 사실 짝퉁제품은 세계적인 명품브랜드들이 중국내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메이드인 차이나’제품을 세계시장에 내놓으면서 (명품)제조기술이 전수되면서 촉발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10여년 전 유통되던 산자이 제품들은 품질이 정품에 비해 떨어지거나 조악한 제품이 많았지만 최근 유통되는 중국산 짝퉁제품은 정품과 다름없는 품질로 전문가들도 구분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며칠 전 중국 베이징을 다녀오면서 베이징의 ‘시우쉐이제’(秀水街商场)를 다녀왔다. 지하층부터 6층까지 모든 매장에서 가방에서부터 속옷, 시계, 신사복, 여성복, 보석과 장신구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상인들이 부르는 가격은 정품의 1/5에서 절반이하 정도다. 이런 짝퉁시장은 베이징은 물론 선전(深圳) 등 중국 주요도시마다 규모는 다르지만 한두 군데는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아이쇼핑을 하면서 살펴 본 짝퉁제품의 품질은 정품과 다름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세계 최고의 가전브랜드로 성장한 ‘하이얼’(海尔)이나 ‘샤오미’(小米)가 GE나 삼성, 애플을 모방하면서 기술을 축적,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방과 짝퉁생산은 중국제조업의 출발선이었다.

애플의 ‘아이폰 11’ 버전과 더불어 무선이어폰 ‘에어팟 프로’가 공개되자마자 중국에서는 며칠 후 곧바로 ‘차이팟 프로’가 tws브랜드로 출시됐다. 가격은 에어팟 249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짝퉁아이폰과 짝퉁 삼성휴대폰은 물론이고 화웨이와 샤오미의 고가 휴대폰 짝퉁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중국의 ‘지리’(吉利)자동차는 벤츠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런 지리가 내놓은 대형세단 ‘GEERY GE’는 ‘롤스로이스’를 대놓고 카피한 자동차회사로 유명하다. ‘짝퉁’자동차기업이 자동차의 원조기업을 인수해서 이제 세계 자동차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12월 초 중국 베이징 고급인민법원은 일본의 ‘무인양품’(無人良品)과 중국의 ‘무인양품’(无人良品)과의 상표권 분쟁 소송에 대해 일본기업이 중국기업에 62만6,000위안을 배상하고 중국내 매장 및 온라인몰에 대한 타사 권리침해에 대한 사과공지를 하라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짝퉁기업이 원조기업에 대해 승소한 것이다. 일본 무인양품은 1980년 설립했지만 중국시장에 정식 진출한 것이 2005년이었고 그 이전인 2001년 중국기업이 ‘无人良品'상표를 중국에 등록했기 때문이었다. ‘설빙’ 등 우리나라의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하면서, 무인양품과 같이 중국에 상표권을 먼저 등록한 중국기업들 때문에 소송에 휘말리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다.

베끼기. 짝퉁의 피해는 해외유명브랜드만 보는 것은 아니다. 품질과 디자인 카피능력을 갖춘 대형‘산자이’기업은 명품을 카피하지만 영세기업들은 중국 토종유명브랜드를 카피하고 있다. 화웨이나 샤오미, oppo, vivo 등의 중국 유명브랜드 휴대폰은 각 브랜드를 내건 독자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짝퉁시장에 가면 아이폰과 삼성폰은 물론이고 중국내 유명브랜드 짝퉁들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얼마전 중국의 온라인쇼핑몰에서 화웨이(华为) 최신폰 P30을 120달러에 팔고 있어서 주문을 했더니 배송된 제품은 짝퉁이었다.

모방은 중국에서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 ‘산자이(山寨)문화’는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사드사태 이전 한류가 확산될 때 ‘별에서 온 그대’와 ‘상속자’ 는 기폭제가 됐다. 곧바로 중국에서는 두 드라마의 내용을 섞은 ‘별에서 온 상속자’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제작자는 이 영화를 한국에 수출하겠다고 까지 공언했다.

드디어 중국은 지식재산권을 총괄하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수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WIPO는 유엔 산하 지식재산권 전문기구로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 규범을 제정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WIPO는 내년 9월 6년의 임기가 끝나는 현 프란시스 거리 WIPO 사무총장 후임을 내년 3월 선출하는데 중국은 왕빈잉(67) 현 WIPO 사무부총장을 추천했다. 일본,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 7개 국가가 후보를 추천했고 미국은 저지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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