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8일 사학법인 설립자의 친·인척 등은 개방이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비리 임원'을 학교에서 퇴출하는 내용을 담은 '사학 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회계·채용 등 사학 비리에 대한 집중 관리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사학의 책무성 강화를 위해 현행법상 이사 정수의 4분의 1로 채우게 돼 있는 ‘개방이사’ 자격에서 설립자(이사장) 및 설립자의 친족 등을 제외하기로 했다. 학교법인 임원 간 친족 관계를 공개하고, 임원·설립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교직원 수도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무원·교원처럼 비리를 저지른 임원을 즉각 퇴출할 수 있도록 ‘당연퇴임’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또 사립대학 등이 법인 적립금을 학교 교육에 투자하도록 하기 위해 기금운용심의회에 교직원과 학생 참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회계부정이 발생한 대학은 교육부가 외부의 회계 감사기관을 직접 지정한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후속조치에 들어간다. 시행령 등 행정 입법 과제를 우선 추진하고, 법령 개정 과제는 국회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조속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학 혁신 방안'의 상당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여서 관련 법 개정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부가 이러한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일부 사학 재단의 '족벌 경영' 폐해가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017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립대학 65곳을 조사·감사한 결과 총 755건의 위법·부당 행위가 적발됐고, 환수 검토 등 재정 조치가 시행된 액수가 260억원에 달했다. 드러난 비리는 교수와 교직원 인사에서부터 교비 횡령까지 다양했다. 이러한 비리의 대부분은 재단 이사장과 친인척으로 구성된 임원 중심의 폐쇄적인 운영구조에서 비롯된다.

사학과 대학 측은 "헌법이 명시한 사학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사학법인협의회)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학 운영의 자율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사학 운영자들에게 깊은 자괴감을 갖게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사학을 '적폐'로 규정해온 현 정부가 ‘본격적인 사학 손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모든 사학 재단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건전하게 운영되는 대학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사학의 잘못된 운영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진일보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고질적인 사학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 사학 비리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학교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교육부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사학 비리는 백년대계를 망치는 병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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