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신중국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소수민족’이라는 용어는 없었다. 정복과 피정복, 대국과 속국의 관계만 있었을 뿐이었다.
한족이 아닌 피정복민족은 한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족에 비해 ‘소수’인 민족으로 분류되면서 중국인으로 편입되었다. 그래서 신중국은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를 통한 유화정책과 압박을 통한 채찍을 번갈아 구사하면서 한족과는 다른 역사적 문화적 전통을 갖고 있는 소수민족의 동화를 추구해왔다.
중국은 무려 55개의 소수민족과 한족 등 56개 민족이 공존하는 다민족국가다. 세계 1위의 인구대국 중국의 인구는 14억 명에 이른다. 그중 13억에 이르는 한족외에 1억을 상회하는 인구가 소수민족이다. 사실 소수민족의 숫자는 55개 보다 많다. 신중국 성립직후 편의상 별도의 민족명을 부여받지 못한 소수민족도 꽤 많았다. 이들은 인근의 비슷한 문화를 가진 소수민족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 ‘미식별’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주로 중국대륙의 동남쪽에 위치한 윈난(云南)과 광시(广西),꾸이저우(贵州) 등지에 인구가 적은 소수민족들이 밀집해 살고 있다.

소수민족 중에서는 광시좡족(广西壮族)자치구에 주로 거주하는 좡족이 1천617만8천800명으로 최대 소수민족으로 꼽힌다. 그 다음이 이슬람교를 기반으로 하는 후이족(回族, 1천058만 6087명)과 청(淸)제국의 후손인 만족(满族, 1천68만2천명)이다. 위구르족(维吾尔族)인구도 1천7만여 명으로, 인구가 1천만 명이 넘는 소수민족은 4개다.

중국에는 성(省)급 자치구(自治區)가 다섯 개가 있다. 시짱장족(西藏藏族)자치구와 신장웨이우얼(新疆维吾尔族)자치구, 광시좡족(广西壮族)자치구, 닝샤후이주(宁夏回族)자치구, 네이멍구(内蒙古)자치구가 그것이다. 소수민족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자치구 행정수반인 주석은 소수민족이 맡는 등, 형식적으로는 소수민족에게 자치권을 주는 듯이 보인다. 실질적 권한을 가진 당서기는 한족으로 보임, 소수민족의 독립움직임과 저항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시짱(티벳)자치구 당서기를 지낸 바 있다. 그는 1989년 라싸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와 폭동이 발생하자, 계엄령을 내리고 직접 철모를 쓴 채 유혈폭동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당시 베이징의 중국 최고지도부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그것이 그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이끌었고 최고지도자에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사실 시짱과 신장자치구 및 네이멍구자치구는 신중국 건국 후 강제 합병돼 자치구가 됐다. 시짱은 청 왕조 멸망 후 완전 독립을 선언했으나 1950년 신중국 인민해방군이 침공, 티벳의 외교·군사권을 박탈하고 편입했다.
중국에서 가장 넓은 자치구인 신장은 실크로드로 불리던 중앙아시아로, 역시 청 왕조 붕괴 후 1944년 동투르키스탄 공화국으로 독립했으나 1949년 신중국이 강제로 병합하고 1955년 자치구를 선포했다.
칭기즈칸의 후손들인 몽골족은 중원왕조를 무너뜨리고 원(元)제국을 경영하기도 했으나 분열을 거듭, 외몽골과 내몽골로 청나라의 분리 지배를 받았다. 청나라가 붕괴된 후 외몽골은 소련의 도움으로 독립했으나 내몽골지역은 결국 신중국의 자치구로 편입되었다.

신중국 성립 이후 공산당지도부의 소수민족 정책은 채찍과 당근이 교차했다. 티벳과 위구르인들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한족들을 대거 이주시키기도 하고 중국인화하는데 몰두했다. 시짱 라싸까지 이어지는 칭짱(青藏)열차를 개통시킨 것도 한족의 이주를 독려하고 시짱지역에 대한 중앙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3세계의 주류였던 중동의 지지를 위해서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다른 종교와 달리 회족의 종교적 자유도 보장했다.
그밖에 1자녀정책을 시행할 때는 소수민족에 한해 2자녀까지 허용하고 세제혜택과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소수민족 우대정책도 구사했다. 마약과 밀수 등의 중대범죄에 대해서도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 주석체제에서는 소수민족 우대보다는 민족 통합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그래서 한족과 소수민족이 결혼해서 자녀가 생기면 혜택이 축소되는 ‘소수민족’으로 등록하지 않고 한족으로 등록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우리 동포인 조선족의 소수민족내 위상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조선족 자치주인 옌변조선족 자치주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수가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소수민족 자치주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중국내 조선족 인구는 183만여 명으로 55개 소수민족 중 14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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