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자사고 42개교, 외고 30개교, 국제고 7개교 등 총 79개교를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이들 학교의 설립 근거와 입학·선발 시기 등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6일 입법예고 일정이 마무리됐다. 입법예고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절차다. 입법예고를 마무리한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결재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입법예고 종료로 외고·자사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려는 정부 정책이 가속도를 낼 것이다. 일반고 전환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해 반대의견이 많다고 철회·수정될 가능성은 낮다. 특히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여서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다 진보성향 교육단체와 교원단체들이 일괄 전환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고교서열화로 인해 공정성 침해, 사교육 확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가중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고 일괄 전환은 법제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고와 자사고들은 교육당국에 전환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 지지 않으면 헌법소원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 외고 16곳의 법률대리인이 참여한 '전국 외고 연합 변호인단'은 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방문해 '외고 폐지'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의견서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율성·자주성·전문성을 훼손하고 침해하는 외고 폐지는 위헌"이라면서 "시행령을 개정해 외고를 폐지하는 것은 법률의 상식과 기본을 지키지 않은 전횡"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국가적 감독을 이유로 고교교육과정을 획일화하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의 교육관"이라거나 "고교평준화는 일제강점기 황국신민 양성 교육의 잔재"라는 등의 주장도 펼쳤다. 또한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 20곳 등 자사고들도 교육부에 '자사고 폐지' 반대 의견서를 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교장들은 연합회를 꾸리고 보조를 맞추기로 합의했다.

2025년 일괄 폐지가 예정된 자사고·외고·국제고 79곳 가운데 공립을 제외한 사립 59곳은 일반고로 전환된 다음 재정결함보조금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5년간 1조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재정결함보조금은 학생 수업료와 법인 전입금으로 충당할 수 없는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를 시도교육청이 지원하는 예산이다. 연간 2100억 원, 학교 1곳당 약 35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 또한 일괄 폐지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적시한 헌법 제31조 1항부터 위배된다. 그런데도 폐지를 밀어붙이면 최악의 교육실정으로 기록될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교육의 다양성은 정부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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