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의 한국은행포항본부장

본지는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아 경북동해안지역 경제의 현상을 진단하고,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서정의 한국은행포항본부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 봤다. 다음은 서정의 한국은행포항본부장과 일문일답이다.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동해안지역경제 현 주소는

경북동해안지역은 제조업 의존도가 전국 평균 수준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포항시의 경우 GRDP 중 제조업 비중이 45.7%로 전국 수준인 30.0%를 크게 상회하는데 그중에서도 제1차 금속제조업 비중이 79.7%로 철강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철강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크게 악화됨에 따라 우리 지역경제로서는 부진한 모습을 벗어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즉, 2018년 미국의 철강쿼터 도입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인 무역 규제 기조가 강화되고, 미중 무역 분쟁 심화,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도 크게 높아졌다. 국내에서도 철강을 주로 사용하는 자동차제조업, 조선업, 건설업이 같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저가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면서 우리 지역이 생산하는 철강에 대한 수요가 대폭 둔화됐다.

실제 이에 따라 지난해 우리 지역의 철강업 생산과 수출금액은 모두 8% 가량 감소하는 대단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해 부동산 시장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지난해 아파트 거래가격은 포항 6.4%, 경주 7.2% 각각 하락했다. 이와 같이 전반적으로 경제활동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역주민들의 소비도 둔화되고, 이에 따라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 업황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포항을 중심으로 한 경북동해안지역 경제전망은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되겠지만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강소연구개발특구,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등으로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특구의 성과가 조금씩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새해 들어 GS건설이 포항에 1천억원을 투자해 배터리 리사이클링 제조시설을 만든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27일 통과된 지진특별법도 피해를 입은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전반적인 지역민의 심리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관광업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지역경제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관광업은 지난해에도 경주를 중심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황리단길의 인기가 유지되면서 젊은 관광객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등 경주지진 발생 이후 줄었던 방문객이 거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올해는 경주 이외 포항에서도 영일만관광특구 관련 사업 등에 힘입어 가족 단위 개별 관광객의 증가세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포항-블라디보스톡 국제크루즈가 올해 8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관광객 증대에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지역 주력산업인 철강업의 업황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지역 경기의 본격적인 개선을 점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경기가 빠른 시일 내에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적으로도 전반적인 철강 수요가 지난 해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글로벌 철강수요 증가율을 지난해 3.9%에 비해 둔화된 1.7%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세계 철강 공급의 50% 내외를 점유하는 중국의 철강 공급량에 제품가격 등 업황이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중국산 철강을 포함해 국제 철강제품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지역 철강업체의 수익성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 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 지역은 철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러다 보니 지역 경기가 철강 산업 업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에 민감한 철강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최근과 같이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수시장이 둔화되는 시점에서는 지역 경기가 매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우리 지역경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제품의 생산 확대를 통해 철강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성장 동력을 발굴함으로써 철강업에의 의존도를 축소해나가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오랫동안 형성된 산업구조를 단기간에 크게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중장기적 측면에서 철강업 편중 산업구조를 서서히 바꾸려는 노력은 지자체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경제특구사업 추진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특구, 강소연구개발특구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로서 새로운 분야의 제조업 분야 육성뿐만 아니라 향후 지역 경제의 성장 역량을 확충하는 데도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영일만 관광특구 관련 사업 역시 제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포항 지진특별법 통과 이후의 후속조치를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하겠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통과된 포항 지진특별법은 지진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나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지진피해 지역주민에 대한 지원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피해구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알고 있다. 포항시를 중심으로 피해 복구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면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복구사업에 지역 기업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침체된 지역경제 견인을 위해 경제주체들이 할 일이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계나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이나 기업들이 노동 공급이나 소비, 투자 등 각자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우리 지역경제가 활기찬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와 연관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계나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대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자체 등 관련 당국이 제반 경제 환경이나 여건을 안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포항본부가 매월 발표하는 심리지표인 경북동해안지역 기업경기실사지수(BSI) 통계를 보면 현재 경북동해안지역 제조업 BSI의 최근 3년간 평균은 55 가량으로 기준치인 100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전국 평균 75.5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비제조업 역시 69.5로, 제조업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역시 전국의 75.8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부진한 심리상황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지난해의 좋지 않은 경제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렇듯 경제활동을 바라보는 심리 상황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특히나 지자체 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포항 지진특별법 관련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떠나서 경제활동과 관련한 지역주민의 심리를 안정적으로 개선하는 데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강화함에 있어서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자칫 경기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이들 계층 주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각종 복지제도를 이들 계층 주민이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홍보 활동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기타 제언이 있다면

최근 우리 지역의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포항시의 인구 유출이 크게 늘었다. 2016년 이후 매년 4천명 가량 순 인구유출이 일어나고 있고, 지난해도 1~11월중 2천430명이 순 유출되면서 경북지역에서 가장 인구 유출이 많은 도시로 나타났다.

문제는 유출이 일어나는 연령대가 20세부터 35세까지 젊은 인력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경북동해안지역의 65세 이상 노령 인구 비중은 17.9%(2018년 기준)로, 전국 평균 수준인 14.4%를 상당 폭 상회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지역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면 많은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성장 동력은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간 지역 경제상황의 부진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즉,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순유출이 나타나고, 그러다 보니 다시 경제 상황이 부진해지는 악순환이 최근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결국 지역경제 안에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래야 지역경기 개선→일자리 창출→인구 순유입→지역경기 개선 등의 선순환 구조가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이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안착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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