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현혜 시인

할머니는 감나무 해거리 때마다 자른다 만다 고민하셨다
그때마다 못 들은 척 감나무는 잎사귀만 빛냈다

할머니 떠난 가을 다시 오고 해거리 풀린 감나무는
만나고 보내고 다시 기다리는 일 년을 버티고 살아야 하기에
속삭이던 감꽃 떠나는 모습도 가슴으로 받아 낼 뿐 말 없었는데

그러나 한 번,
더는 버티지 못한 마지막 이파리 떠나는 가을 깊은 날 울었다
품어주지 못해 아프던 홍시 다독이던 손 놓고 목 놓아 울었다

그 속 들키지 않아도
바닥에 퍼져 앉아 같이 운 홍시 붉은 자국 보면 알 수 있다
흘겨보고 잔소리해도 겨우내 예뻐하던 할머니 없는 시간
감나무가 키운 것은 그리움 항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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