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지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검찰과 경찰을 '협력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6개월 뒤부터는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으면서 수사를 시작할 수도 있고, 죄가 안 된다면 독자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경찰은 창설 이래 최대의 숙원을 풀게 됐다. 반면 검찰은 영장청구권 독점도 깨졌다. 개정안은 검사가 경찰의 영장 신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은 해당 지방검찰청 관할 고등검찰청에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검찰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기소를 독점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사에까지 전횡을 휘두를 수 있었던 구조였다. 검찰은 공수처 설치로 기소독점권이 깨진 데 이어 이번에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까지 잃게 됐다. 검찰은 66년 독점 권력을 상실했다. 한마디로 ‘격세지감’이다.

개정안은 향후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시행에 들어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은 이미 통과돼 7월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고 주요 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경찰 수사까지 지휘하던 단일 체제에서 수사권은 검찰 공수처 경찰로 분산되고 기소권마저 검찰과 공수처로 분산되는 체제로 접어든다. 공수처 검찰 경찰 상호 간의 견제가 잘 작동하면 좋겠지만 세 기관이 존재감을 과시하느라 과잉 수사를 벌이고 견제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조기 정착하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이 해야 할 일이 많다. 많은 국민들은 경찰 수사를 불신하고 있다. ‘화성 8차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들지 않더라도 경찰 수사를 경험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경찰의 피곤함'을 하소연한다. 비전문적인 수사와 강압수사는 경찰의 대명사가 됐다. 이제 경찰은 조직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과거의 악습을 끊고 국민의 신뢰 회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찰이 독자수사권을 가질 정도로 전문 수사능력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많아진 경찰을 제어하기 위해 경찰개혁법 처리 등 후속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경찰은 치안과 정보를 담당하는 일반경찰과 수사를 맡는 수사경찰로 분리하게 된다. 각 시도에는 자치경찰을 두고, 가칭 국가수사본부 설치도 서둘러야 한다. 수사권 조정의 목적은 검찰과 경찰이 국민의 안전과 인권 수호를 위해 상호견제 및 협력하면서 권력을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행사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경찰은 권력을 추종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권력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면 권력의 힘은 무용지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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