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접착 분자 시너지, 거리에 따라 표면접착력·응집력 달라...기존보다 강력한 수중생체접착제 나올 것 기대

▲ 차형준 POSTECH 교수. /POSTECH 제공
▲ 한정우 POSTECH 교수. /POSTECH 제공
▲ 김낙균 KIST 박사. /POSTECH 제공
▲ 신민철 POSTECH 학생. /POSTECH 제공
▲ 연구자료. /POSTECH 제공

국내 연구팀이 스파이더맨보다 강한 홍합의 수중접착력의 비밀을 밝혀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차형준, 한정우 교수, 신민철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 팀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김낙균 박사로 이루어진 공동연구팀은 홍합이 분비하는 접착단백질들을 분석해 수중에서도 강력한 접착력을 가지는 두 분자, ‘도파(Dopa)’와 ‘라이신(lysine)’을 확인했다. 또한, 이들이 다양한 조건에서 서로 시너지를 낸다는 것을 밝혀 수중접착의 비밀을 푸는데 한발 다가섰다.

이제껏 수중접착 분야에서 관심을 받던 분자는 ‘도파’로, 도파의 분자 모양을 이용한 기존의 수중접착은 접착 표면과 접착제 사이의 인력인 표면접착력과 접착제 분자들 사이의 응집력을 조절하기 어려워 실제 홍합과 비슷한 수준의 강한 수중 접착제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도파뿐만 아니라 ‘라이신’ 분자도 수중접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홍합의 접착단백질 중 실제 접착 계면에 위치하는 표면접착단백질인 fp-3F는 수중접착을 가능하게 하는 도파와 양전하를 띄는 라이신 분자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들 분자의 분포를 관찰한 결과, 특정한 위치에서 이들 두 분자가 함께 붙어 있거나 떨어져 있다는 점에 흥미를 갖고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공동연구팀은 홍합의 표면접착단백질의 서열에서 착안해 도파와 라이신의 거리가 각각 다른 단순한 펩타이드들을 합성하고 이들을 이용, 도파와 라이신의 거리에 따라 이들의 시너지가 표면접착력과 응집력에 다르게 작용한다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먼저 이들 두 분자가 함께 이웃하는 경우, 펩타이드의 수중 표면접착력이 크게 증가하고, 라이신 분자가 수중접착을 방해하는 접착 계면의 물 분자와 도파 분자 주위의 물 분자를 끌어당겨 수중 표면접착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음으로는 도파와 라이신 분자가 붙어 있을 때의 철-매개 응집력은 앞선 표면접착력과는 반대로 감소했고, 이는 두 분자가 함께 위치하는 경우 응집력 매개체가 되는 철 이온의 도파로의 접근을 라이신 분자가 전기적·구조적으로 방해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실제 홍합의 표면접착단백질에 적용하기 위해 분자생명공학기법을 이용해 두 가지의 인공서열 단백질을 만들어 자연서열 단백질과 비교했다. 그 결과, 인공서열 단백질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홍합의 접착단백질이 어떻게 설계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 추후 다른 자연의 접착단백질들에 관한 연구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를 주도한 차형준 교수는 “수중접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도파와 라이신 두 분자의 시너지에 관한 새로운 발견으로, 기존과 다른 차원의 수중생체접착제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계면과학의 권위지인 ‘저널 오브 콜로이드 앤드 인터페이스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중견)인 ‘부착성 생물의 수중 접착 기작에의 이해: 표면접착력과 응집력의 균형 조절’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